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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촛불정부’ 실망스러운 점도 많아, ‘민주당 정부’가 자동으로 ‘민주 정부’ 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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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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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 지하2층 50주년홀에서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백 교수는 “민주당 정부가 자동적으로 민주 정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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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작과비평’ 전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현 정부에 대해 “촛불이 아니면 성립할 수 없었으며 촛불 정신을 계승한 정부는 맞지만, 집권 당시 큰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것이 너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는 평을 내놨다. 백 교수는 “다음 대통령 선거를 통해 집권할 정부는 ‘촛불정부 2기’가 돼야 한다”면서도 “민주당 정부가 자동적으로 민주 정부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백 교수는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 홀에서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백 교수가 2012년 출간한 <2013년체제 만들기>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사회비평서이다. ‘이중과제론’과 분단 체제, 촛불혁명 등 현실 정치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백 교수는 한국 사회에 있어 근대란 적응하면서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는 이중과제론을 펴왔다.

이 자리에서는 2016년 촛불집회를 거치며 탄생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이 여럿 나왔다. 백 교수는 “2016~2017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많은 시민들이 나와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정부를 퇴출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다”며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현 정부는 촛불혁명에 힘입어 집권했기 때문에, 촛불정부는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점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심을 그대로 간직했다고 보지만, 민주당이나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우리가 촛불혁명의 통로가 되겠다하는 마음을 초장부터 얼마나 가졌었는지도 확실치가 않다”며 “특히 국회의원의 경우는 민주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나 자기 자신의 재선을 원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은) ‘민주정부 4기’이자 ‘2기 촛불정부’인데, 민주당이 집권하는 ‘4기 민주당 정부’가 자동적으로 ‘민주정부 4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런 것을 모르면 다음 대통령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 정부에서는 “2기 촛불정부를 만들어야겠다는 분명한 소명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실천력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2기 촛불정부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촛불혁명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이미 시작한 검찰개혁을 더 잘 해나가야 하고, 언론개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개혁은 성격상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전체로 봐서는 부채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해있는데도, 자영업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구제할 수 있는데도 안 하고 있다”며 “그런 것을 반대하는 경제관료들도 적폐 세력이라고 본다. 다음 대통령도 눈치를 보지 말고, 개혁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 직전에 전두환씨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전씨 사망에 대한 반응을 묻자 백 교수는 “평소에 품었던 생각을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그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선인의 죽음이든 악인의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는 우리가 삼가는 게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기자가 ‘이대남(20대 남성)’ 현상과 젠더 문제에 대해 묻자 “우리 사회 큰 문제 중에 하나가 못난 남자들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남자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남자로서 누리는 여러 가지 대우가 있다”며 “여성들은 그동안에 받은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공부하지만, 남자들이 박탈감을 넘어서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느냐 생각하기보다 내가 당했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성 문제를 들어주는 시늉은 했지만 막상 여성의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며 “남자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여성들 이야기만 듣고 우리는 안 들어주는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박탈감을 정치적으로 선동·이용해서 표를 얻고자 하는 일은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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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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