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이중과제…' 출간 기자간담회
文 정부 비판 속 차기 정부 과제 밝혀
손실보상 소극적인 경제 관료에도 쓴소리
전두환 사망엔 "말 삼가야" 언급 피해
문학평론가이자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원로 인사인 백낙청(83)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함께 내년 20대 대선에서 선출될 새 정부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밝혔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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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교수는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를 ‘촛불정부’라고 하는데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며 “촛불혁명(2016~17년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이 아니었다면 성립할 수 없었던 정부였고,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촛불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했기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초심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유능한 정치인이기에 지금도 마음은 그대로일 것”이라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로,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이들이 진심으로 촛불혁명을 이어받겠다는 마음이 얼마나 있었는지 확실치 않고, 지금은 그런 생각도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현재 국민이 바라는 것은 ‘차기 민주당 정부’가 아닌 ‘2기 촛불정부’라는 점을 민주당이 간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촛불혁명을 일으켰던 국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는 ‘2기 촛불정부’를 바라고 있는데, 민주당은 정권 창출을 통한 ‘차기 민주당 정부’를 꾸리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라며 “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돌파해야 할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가 밝힌 촛불혁명의 성과는 “사회의 어두운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또한 차기 정부의 과제로는 촛불혁명을 통해 제기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문제를 꼽았다. 백 교수는 “촛불혁명을 통해 우리 사회는 이미 체질이 바뀌었다”며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더라도 ‘2기 촛불정부’로서의 의지가 없다면 혁명은 실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열린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창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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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자영업자 등에 대한 손실보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경제 관료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백 교수는 “경제 관료들은 가난한 이들과 자영업자에 대한 구제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가계부채만 늘리고 있다”며 “손에 칼을 안 들었을 뿐 정책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경제 관료들도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적폐세력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백 교수의 발언은 신간 ‘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에 담긴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이번 책에서 근대에 적응하며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는 ‘이중과제론’과 함께 기존 통일의 개념을 새롭게 바라보는 ‘한반도식 나라만들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와 차기 정부에 대한 과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백 교수가 사회비평서를 낸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 직전 펴낸 ‘2013년 체제 만들기’ 이후 9년 만이다.
한편 백 교수는 이날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음 앞에서는 일단 말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백 교수는 자신이 1966년 창간한 ‘창작과비평’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80년대 폐간되는 등 여러 고초를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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