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른 스토커... 전문가가 말하는 재발 방지 대책은
10월 29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주택에서 열린 신변 보호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시연회에서 경찰이 신변보호대상자가 CCTV를 통해 침입자를 확인,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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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칼에 찔리는 상황을 목격하고도 현장을 이탈한 인천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스토킹 피해자가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A씨(30대)는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연인이었던 B씨를 흉기로 찔렀습니다. A씨는 6개월 전 B씨와 헤어졌지만 지속해서 연락하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B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통해 구조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엉뚱한 곳에 출동했습니다. 부정확한 위치가 전송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이 오지 않자 B씨는 재차 스마트워치로 구조 신호를 보냈고, 경찰이 피해자 자택을 찾는 사이 범행이 이뤄졌습니다. 경찰이 뒤늦게 흉기에 찔린 B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반복되는 스토킹 피해, 막을 방법은 없는지 전문가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이번 스토킹 사건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의 위치값이 잘못 전송된 것이겠죠. 경찰은 “스마트워치의 위치를 통신 기지국 중심으로 확인하는 기존 112시스템을 활용해 조회하고 있다”면서 “500m에서 지역에 따라 최장 2㎞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사가 갈리는 순간 구조를 바라고 누른 피해자의 위치정보가 ‘최소’ 500m 차이가 난다면 스마트워치는 무용지물이죠. 신변보호를 요청한 피해자의 안전은 국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유일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위치정보 시스템을 기존보다 더 정확하게 당장 바꿔야 합니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연락했다면 금방 위치를 파악했을 거라는 지적도 있던데요.
그건 절대 안 됩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위협을 당하는 순간일 수도, 가해자를 달래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 모르게 스마트워치를 눌러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경찰이 전화하는 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할 수 있습니다.
◇스토킹 방지법이 실행돼도 이런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대책이 없을까요?
스토킹은 자신이 하는 사랑만이 옳고,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은 틀렸다는 이분법적 잣대를 가진 비정상적 망상장애입니다. 이런 스토커에게 100m 접근금지, 문자 전송금지가 소용이 있을까요? 피해자에게 문자 보내는 걸 금지하니 통장에 10원씩 입금하면서 통장 송금 이유란에 “만나”라고 보내는 경우도 봤습니다. 더 확실한 분리 조치가 필요합니다.
◇확실한 분리 조치라고 한다면요?
먼저 스토킹처벌법 제9조는 ‘잠정조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스토커를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스토커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하고, 유치기간 피해자의 완벽한 일상회복을 도와줘야 합니다. 동시에 스토커에게는 상담, 치료 등의 의료적 지원을 통한 성행 교정을 병행해야 합니다.
또 형사소송법 제70조에서는 구속 사유를 심사하는 데 있어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이야말로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가장 큰 범죄입니다. 재범의 우려가 있고, 명백한 경우에는 긴급체포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최장 30일 동안 확실한 분리가 가능합니다.
◇스토킹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스토킹은 그냥 따라다니는 행위가 아닙니다. 일종의 망상장애와 유사한 비정상적 행동입니다. 기소유예, 벌금,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치료적 개입은 무조건 필요합니다. 스토킹 처벌법이 하루속히 개정되어 치료명령제도가 도입돼야 합니다. 접근 금지, 벌금형은 스토커에게는 장애물이 아닙니다. 그냥 장식품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범죄라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 연구위원. |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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