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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18% 빠진 비트코인···"기관매수 시작" vs "15만개 물량폭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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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중 7,000만원대 붕괴

美 달러 강세에 중국 규제 여파

이더리움도 15.3%나 내려앉아

"대폭락은 없다" 낙관적 견해속

"마운트곡스 채권단 15만개 보상

내년 상반기 전부 쏟아질 수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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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당 8,000만 원을 넘어 1억 원을 향해 가던 비트코인이 6,0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고점 대비 18% 이상이나 빠졌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의 암호화폐 투자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지금이 가장 싸다”는 주장과 일본의 파산한 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발 악재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9일 국내 코인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장중 비트코인 가격은 6,915만 원까지(-2.1%) 떨어졌다. 7,000만 원 선을 내준 것은 지난달 14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8일 8,140만 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불과 열흘여 만에 15.1% 급락했다. 해외에서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지난달 11일 6만 8,623달러까지 올랐지만 19일 5만 6,116달러를 기록하며 18.2%나 빠졌다.

이더리움도 미끄러졌다. 이날 장중 492만 원(-0.6%)까지 하락하며 500만 원 선이 붕괴됐다. 8일 581만 원까지 오르며 역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고점 대비 15.3% 내려앉았다. 다른 암호화폐 상황도 비슷해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지난달 9일 3조 813억 달러로 사상 처음 3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19일에는 2조 6,357억 달러로 열흘 새 4,456억 달러(약 527조 원)가 증발했다.

코인 가격 급락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2개국(G2)의 영향 때문이다. 주요 외신들은 높은 물가상승률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고 이에 미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며 암호화폐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는 ‘달러, 일본 엔화, 금=안전 자산’과 같이 성격에 대한 시장의 확실한 컨센서스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가격이 오르더니 이번에는 강달러에 의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하락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중국의 경우 16일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중국 내 암호화폐 채굴 정리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코인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현재 암호화폐가 2018년과 같이 대폭락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는 등 어느 정도 제도권 내로 편입되기 시작했고 기관투자가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기관투자가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편입하는 것이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실제 행동에 옮겨왔다”고 되짚었다. 이른바 ‘마코위츠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이다. 미국 연금 운용자들은 1980년대 초 자산 대부분을 미국 채권으로 운용하다 1980년대 말부터는 미국 주식, 해외 채권 및 주식으로 다양화했고 1990년대에는 신흥국 주식을 편입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는 국부펀드·중앙은행·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3만 개 이상의 기관투자가가 있는데, 이들의 암호화폐 투자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결국 비중을 확대해 가격을 밀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서는 봤다. 이들이 현재 금의 시가총액(12조 달러)의 10%어치만 비트코인을 사들여도 가격은 11만 4,000달러, 시가총액은 2조 4,000억 달러로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기관들이 암호화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블록체인 기술 등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암호화폐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다. 국내만 봐도 신한은행은 닥터론 자격 인증 서비스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글로벌 블록체인 어워즈에서 에코시스템 혁신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 코빗은 보고서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기반 비트코인 ETF를 1년에서 1년 반 사이 승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컨센서스이며 승인 후 1년 내 해당 ETF에 200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신에 따르면 2014년 해킹 피해로 파산한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의 채권단 배상 계획이 최근 승인됐다. 채권단은 15만 개(약 10조 5,000억 원)에 이르는 비트코인을 보상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택 펀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매슈 딥은 19일 로이터에 “채권단이 내년 1분기 혹은 2분기에 비트코인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들이 시장에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낼 수 있어 시장에 공포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는 특성상 채굴하는 데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만 각국이 친환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뿐만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오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암호화폐에 대한 전반적인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존 아이델루카 반즈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18일 포브스에 “비트코인 가격 5만 5,000달러와 5만 달러가 중요한 지지선”이라며 “만약 5만 달러 선이 깨지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 사이클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박스권에서 지루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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