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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최루탄·물대포로 막았다…벨라루스 국경 난민 431명 되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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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라크 여성이 두 아이와 함께 18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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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 갇혀 유럽연합(EU)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중동 난민 가운데 이라크 출신 수백명이 18일(현지시간) 본국으로 돌아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이라크 쿠르디스탄 자치지역 정부 대변인과 이라크 외교부는 난민 수송 여객기에 431명이 탑승했다고 전했다. 수송기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출발해 쿠르디스탄의 에르빌 국제공항에서 390명을 하차시킨 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나머지 인원을 내려줬다.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대변인은 “남아있는 난민들이 절대적으로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송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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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쿠즈니차 검문소 앞에서 난민들이 철조망 앞에 모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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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한 이라크 귀국자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벨라루스와 EU 사이에 갇힌 인질이었다”면서 “벨라루스 경찰은 마치 다에시(DAESH·이라크의 IS 무장세력) 같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귀국자 알리 카딤은 “이라크는 일자리가 없고 살기가 힘들어 밀수업자의 도움을 받아 벨라루스로 갔다”며 “폴란드 국경 앞에서 3일 동안 음식도 물도 인터넷 서비스도 끊긴채 땅에서 먹을 것을 찾아 주워먹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라크·시리아 등에서 벨라루스로 온 난민들은 EU로 진입하기 위해 밀수업자에게 1만 파운드(약 1600만원)을 건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곳 난민들은 “귀국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폴란드 당국은 “쿠즈니차 국경 검문소 일대 난민촌이 서서히 비워지고 있다”며 난민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확히 몇 명의 난민이 이동했고, 국경 근처 수용소에는 몇 명이 남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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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보안군이 국경 철조망을 훼손하고 국경을 넘으려는 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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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난민 송환은 지난 16일 국경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수천명의 난민과 폴란드 보안군 간에 벌어진 격렬한 충돌 이후 이뤄졌다. 당시 난민들이 도끼와 면도칼 등으로 폴란드 국경 철조망을 뚫고 월경을 시도하자, 폴란드 보안군이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섰다. 이로 인해 폴란드 경찰 9명을 포함해 12명이 부상당했다. 벨라루스는 “위원회가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폴란드의 행동은 인간 안전에 반하는 반인륜 범죄”라고 규탄했다. 폴란드 인도주의 단체는 현재까지 국경에서 한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최소 13명의 난민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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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경 철조망을 넘으려던 한 남자가 폴란드 보안군이 발사한 물대포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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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벨라루스는 EU 제재에 반발해 고의로 중동 난민을 폴란드 국경으로 밀어내며 이번 국경 위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U는 지난해 부정선거 의혹 끝에 6연임에 성공한 루카셴코 대통령을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NYT는 “벨라루스 보안군이 난민에게 EU 국가로 건너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국경 철조망을 뚫을 절단기와 도끼까지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EU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자신의 인도적 의무를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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