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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내 돈 주고 시녀 체험하나"…도 넘은 SNS 유명카페·음식점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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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스타그램 로고.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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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 모씨(24)는 지난 12일 남자친구와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SNS에서 유명한 한남동 한식 주점에 예약을 시도했다. 식당에 전화하자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로만 예약을 받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박씨는 방법대로 이름, 연락처, 날짜 등 기본 정보를 적어 보냈지만 "양식을 지키지 않아 예약을 접수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SNS계정에서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없었던 박씨는 다시 문의를 해봤지만 식당 측이 "찾아보면 나온다"고만 말하자 결국 예약을 포기했다.

온라인상에서 유명세를 탄 카페와 음식점들이 인기를 내세워 소비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기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정 SNS로만 예약을 받거나, 정해진 방법을 지키지 않으면 문의에 답장을 하지 않고 심한 경우 예약까지 거부하는 식이다.

20대 직장인 원모씨는 지난달 28일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렀던 강남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들었다. 매장에 입장한 원씨에게 직원이 "예약을 하고 오셨냐"고 물은 것이다. 예약을 못했다는 대답에 가게 측은 "인스타그램에서 예약하신 손님만 받는다"며 길 건너 카페로 옮겨달라고 원씨를 쫓아냈다. 원씨는 "어이가 없어서 주변에 말하니 제 잘못이라고 하더라"며 "요즘 개인 카페들은 다 예약도 하고 영업시간도 알아보고 가야 한다고 들었다. 어디 무서워서 카페도 하나 맘대로 못 가겠다"고 털어놨다.

갈수록 까다로운 방식을 고집하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SNS 미가입자는 식당에 출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장 휴무 공지도 SNS를 통해서만 하는 경우 많아 확인하지 않고 온 손님들은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발걸음을 옮기기도 한다. 원씨는 "카페 하나 들어가는데 인스타그램으로 예약까지 하고 들어가야 하냐"며 "눈치 보여서 앞으로 프랜차이즈 카페나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장의 운영방침을 지키지 않았다며 손님을 SNS계정에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권모씨(23)는 지난달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 카페를 예약하고 예약금까지 결제했다.

카페 운영진은 "SNS에 있는 공지를 꼭 읽고 오라" "다음 손님이 밀려있으니 퇴장 시간을 지켜달라"며 신신당부했지만 계정에는 게시물이 너무 많아 공지를 찾을 수 없었다. 권씨가 카페를 이용한 직후 카페 측은 "또 공지를 안 읽고 오신 손님들 때문에 한숨이 나오고 너무 화가 난다"며 저격성 게시물을 올려 권씨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들은 매장 이용을 위해 복잡한 내용의 공지를 샅샅이 읽고 가게 측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에 유명세를 내세운 갑질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씨(24)는 "요즘 가게는 내 돈 주고 (사장의) 시녀 체험을 하러 가는 기분"이라며 "'손님이 왕'까지라는 태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눈치보지 않고 기분좋게 식당을 이용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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