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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소방서 앞 10L 물통 3개… 시민들 말없이 요소수 기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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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역시 금모으기 짬바”

중국발 요소수(尿素水)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익명의 시민들이 소방서에 요소수를 기부하고 사라져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중고거래 앱에서도 요소수를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거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 말없이, 요소수 두고 가는 시민들

조선일보

율하119안전센터 앞에 요소수 기부하는 익명 남성/김해소방본부 제공


5일 오후 10시 9분쯤 인천 송도동 신송119안전센터 앞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한대가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트렁크에서 일반 쇼핑백 크기 만한 상자 3개를 꺼내 센터 출입문에 놓은 뒤 차를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 박스는 센터 직원에게 발견됐는데, 박스에는 10ℓ짜리 요소수 3통이 들어 있었다. 연락처나 편지도 없었다.

6일 오후 10시쯤 강원 춘천소방서 후명119안전센터 앞에도 누군가 10ℓ짜리 요소수 2통을 두고 사라졌다. 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보면, 흰색 차 한 대가 진입한 뒤 40여초 만에 빠져 나간다. 출동을 마치고 돌아온 소방대원들이 요소수를 발견했다. 이번에도 연락처나 메모는 없었다.

7일 오전에는 한 남성이 차량에 요소수를 싣고 다니며 경남 김해서부소방서 율하119안전센터에 3통, 장유119안전센터와 진례119안전센터에 각각 1통씩의 요소수를 기부하고 사라졌다. 또 다른 남성도 비슷한 시간에 장유센터에 요소수 3통을 두고 떠났다.

소방 당국들은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119 출동이 지연되는 상황을 우려해 익명의 시민들이 요소수를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기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꼭 필요한 분, 무료로 드립니다

요소수가 귀해지자,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는 요소수를 고가에 팔겠다는 글이 올려와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이 와중에 화물 업계 종사자에게 요소수를 무료 나눔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에 거주한다는 당근마켓 이용자는 A씨는 “요소수 화물 종사자님께 나눔 해요”라는 판매 글을 올렸다. A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니 요소수 대란이 나서 화물차 하시는 분들이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일을 못한다고 하더라. 제가 가지고 있는 요소수는 비록 10리터짜리지 1통이지만 나눔을 하려고 한다. 꼭 필요하신 분만 신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요소수 무료 나눔 글/당근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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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사는 B씨도 “요소수 디젤용 10리터를 무료로 나누겠다”는 글을 올렸다. B씨는 “누군가한텐 생계가 걸린 일에 돈 장난 하고 싶지 않다”며 “그 몇 만 원 더 벌면 살림살이 나아집니까? 힘드실 텐데 힘내요 같이”라고 했다.

6일 또 다른 이용자 C씨는 “10리터 미개봉 한통 있는데 제 차도 보충시기가 되어서 넣고 남은 거 그자리에서 같이 넣으실 분 계시면 연락달라. 제 차는 보통 5리터 정도 들어간다. 어차피 양이 많지 않아서 팔지 않고 그냥 넣어드린다. 급하신 분 연락 주세요”라는 판매 글을 올렸다.

요소수 대란 속에서도 서로 돕는 시민들의 모습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감동이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 “아직 살만한 세상”, “힘이 난다”, “정말 좋은 사람들 많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1990년대말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때가 생각난다며 “역시 금모으기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경력이나 연륜에서 비롯된 실력) 어디 안 간다”, “금모으기 운동 생각난다” 등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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