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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중국 급격한 경기 둔화에도 통화정책 변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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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프라' 투자확대 등 재정 위주 대응 관측

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 청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서면서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중국이 급격한 경기 둔화에 대응해 부양 정책을 펼 공간이 다소 넓어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 경기 급랭에 내부서 부양 목소리 커져

당분간 현행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연준의 결정은 중국 당국이 자국의 경제 회복 동력이 급속히 약화함에 따라 대처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처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고강도 통화완화 정책을 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위기를 넘겼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작년 1월, 3월, 4월에 한 차례씩 지준율을 인하했고,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도 하향 조정했다.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에 따르면 2020년 말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70.1%로 1년 전보다 23.6%포인트 상승했다.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이 경기를 살리고자 돈을 급격히 풀던 2009년의 31.8%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재정정책까지 더해진 고강도 부양 정책에 힘입어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가 본격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섰다.

인민은행은 작년 4월 이후 18개월 연속 LPR를 동결 중이다. 현재 1년·5년 만기 LPR는 각각 3.85%, 4.65%다.

경제 정상화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인 부채 축소(디레버리징)도 재개되면서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작년 3분기 말 271.2%로 정점을 찍고 나서 4개 분기 연속 낮아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사태로 인한 부동산 시장 급랭,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전력난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급속히 약화함에 따라 당국이 다시 부양 기조로 돌아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하고 있다.

기저효과에 힘입어 지난 1분기 18.3%까지 치솟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2분기 7.9%를 거쳐 3분기 시장 눈높이에도 못 미친 4.9%까지 떨어지면서 경기 둔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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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거시경제부 부주임을 지낸 저명 경제학자 런쩌핑(任澤平)은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기고한 '느려지는 경제 성장 속도, 손을 써야 할 때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3분기 성장률이 4.9%를 기록해 이미 잠재 성장률이 깨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시 인프라로서 '신 인프라' 투자가 중국 경제 성장 잠재력을 끌어낼 것"이라고 건의했다.

정부 싱크탱크인 NIFD도 3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기업의 자신감 진작을 통해 투자가 회복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완화 쪽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재정 지출 확대로 인프라 건설을 이끌어 공공 지출이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미 성장률을 제외한 다른 중국의 주요 지표도 일제히 악화하면서 당국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전력난까지 더해지기 시작한 9월부터 두 달 연속 경기 위축 국면을 가리키는 50 미만을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10월 제조업 PMI 부진은 이달 중순 발표될 10월 주요 경제지표 부진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 부양 필요 느끼지만 전면 유동성 확대는 꺼려…물가도 부담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보류로 일정한 정책 공간이 확보됐음에도 중국이 아직은 지준율 인하와 같은 전면적 통화 완화 정책을 펴기보다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가운데 공개시장 조작 등 정밀한 통화정책 수단을 보조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헝다 사태가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의 위기를 넘어 부동산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정부의 재정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류허(劉鶴) 부총리 등 중국 최고위 당국자들은 헝다 사태가 '통제 가능한 개별 사건'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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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의 헝다 본사 건물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17일 주요 30개국(G30) 회의에서 자국이 올해 8%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지준율 등 경기 부양에 관한 언급을 구체적으로 하지 않아 시장에서는 연내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전면적 유동성 공급 확대는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과 배치되는 데다가 소비자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꺼내 들기 부담스러운 정책 카드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중소기업 등 특정 대상에 정확히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재대출이나 역RP(역환매조건부채권),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등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미세 조절' 수준에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최근 인민은행은 역RP를 통해 한 번에 수십조원 규모로 시중에 자금을 순공급하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최근 펴낸 중국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헝다 디폴트 우려 등에 따른 금융·경제 위험 확산 방지에 중점을 둘 전망"이라며 "정책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와 내년 초까지 재정 정책의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지는 가운데 신용대출 증가율도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앙은행이 MLF, 재대출 등 다양한 정책 도구를 활용해 유동성을 합리적으로 충족시켜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당국도 당면한 경기 관리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고강도 부양 카드를 다시 꺼내 들지는 않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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