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0월 20일 한때 6만6974.77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4월 사상 최고가 기록(6만4899달러)을 반년 만에 넘어섰다. 4월 최고가 경신 후 한동안 비트코인은 급락했다. 중국발 규제 등 비관론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비트코인 선물 기반 ETF인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 출시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연말까지 10만달러 간다’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전 세계 2억명이, 국내에서도 5명 중 1명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비트코인 추이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관심사가 됐다.
10월 한 달 동안 비트코인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상승 호재가 많았다.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호주에서는 가상자산 채굴, 인프라 공급 기업에 투자하는 코스모스 글로벌 디지털 채굴자 액세스 ETF(DIGA)가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를 기점으로 다양한 파생상품 출시가 예고됐는가 하면,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도 계속되고 있다. 피델리티디지털에셋은 ‘2021년 기관투자자 디지털자산 보고서’ 설문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는 설문 참여 회사 1100곳 중 절반(52%)이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 공적 연기금도 참전했다. 운용자산만 55억달러(약 6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소방관 구호·퇴직급여 펀드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합쳐 약 2500만달러어치(약 294억원)를 매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면서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이 급락할 때마다 추가 매입을 하면서 상승장을 이끄는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선물 ETF가 상장되면서 연말 ‘비트코인 10만달러’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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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찍자 10% 이상 급락하기도
물론 호재가 있으면 악재도 있는 법.
10월 한 달 새 비트코인이 정점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연말까지 10만달러 간다’였다. 하지만 고점을 찍자마자 일주일 새 10% 이상 급락하면서 다시 분위기가 빠르게 식었다.
한편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을 통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논평하지만 다른 쪽은 ‘여전히 거품’ ‘더욱 철저히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규제 관련해서는 국제 공조, 미국 감독당국 움직임 등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멕스에 1억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에 4100만달러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감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베남 CFTC 위원장 대행은 최근 청문회에서 “CFTC의 현물 시장 감시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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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이런 갑론을박 상황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터.
이준행 스트리미 대표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투자도 제한적으로 하라고 권고하는 것처럼 가상자산 투자 역시 급락 장세가 펼쳐질 때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중 낮은 비율로 매입해보면서 시장을 이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도 자체만 놓고 보면 광석의 일부일 뿐이지만 한정된 채굴량, 시장이 가치를 부여하면서 지금의 위상을 구축했다는 점을 본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역시 향후 안전자산의 한 축을 차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변동성이 높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10월 27일 케이뱅크 앱이 약 45분간 장애를 빚은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케이뱅크와 제휴 관계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신규 코인이 등재(ICO)되면서 평소 대비 8배가량 많은 트래픽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고 업비트 역시 주문 지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업비트에 신규 코인이 등재되면 첫날 상장 효과를 노리고 자금이 밀려들면서 코인 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현상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여타 알트코인 가격은 떨어지고 신규 코인은 일시적으로 수백 % 가까이 가격이 치솟는 일종의 ‘학습 효과’ 탓이다. 이 같은 높은 변동성을 학습한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한 코인 시장의 안정화는 요원하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물며 ‘대장주’라 할 수 있는 비트코인 역시 이런 높은 변동성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안태현 로드스타트 대표는 “미국 테이퍼링, 시장 금리 인상 등의 여파에 비트코인이 곧바로 반응하는가 하면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대체 코인)의 변동폭은 더욱 높은 만큼 제대로 된 백서를 갖추고 실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해서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보고 투자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2호 (2021.11.03~2021.1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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