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11.1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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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내년 치 본예산 심사 개시를 알리는 행사다.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내년 정부 예산안 규모는 604조4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8.3% 늘어난 역대 최대 금액이다.
본예산 기준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는 이런 ‘수퍼 예산’의 체급을 더 키우자는 발언이 이재명 후보 입에서 나왔다. 지난달 29일 이 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했다. 1~5차 재난지원금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기 부족하니 전 국민 대상으로 돈을 더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틀 뒤 이 후보는 “코로나 국면에서 (재난지원금을 1인당) 추가로 최하 30∼50만원은 해야 한다”며 구체적 금액까지 언급했다.
이재명표 재난지원금을 실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 지난달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총인구(5166만2290명)를 기준으로 지급액만 단순 추산해봐도 15조5000억원에서 25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가구당 40만~100만원이었던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 소득 상위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10조4000억원)을 뛰어넘는다. 내년 농림ㆍ수산ㆍ식품 분야 전체 예산(23조4000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이재명표 전국민 재난지원금 얼마나 드나.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기재부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에 6차 재난지원금 배정 예산은 당연히 ‘0원’이다. 정부가 짠 예산만으로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55조6000억원 빚(통합재정수지 적자)을 져야 해서 여유 재원도 없다. 이재명표 재난지원금 공약을 실현하려면 내년도 본예산 지출액을 대규모로 증액하거나 해를 넘겨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안을 새로 편성하는 방법뿐이다. 늘어나는 지출 예산을 충당하려면 빚잔치를 더 해야하는 수밖에 없다.
기재부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여당은 벌써부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말까지 추가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이상 더 걷힐 예정”이라며 “이 재원을 기초로 우리 국민에 대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며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이 회의에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재명 후보가 최근 던진 화두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손실보상 대상 확대 등 (중략) 당론을 신속히 모으고 제도화에 나설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인들끼리의 논쟁, 또 관료와 정치인 간의 논쟁은 반드시 학술적 이론과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충분히 대화하고 또 국민 여론이 형성되면 그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 국가의 관료와 정치인이 할 일”이라며 기재부 압박에 나섰다.
결국 예산안 변경에 있어 최종 ‘키’를 쥐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견이 어느 쪽에 기우느냐가 중요해졌다. 헌법에 따라 정부(기재부) 동의 없이는 예산 증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수행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로마 프레스센터에서 G20 정상회의 결과 및 성과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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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부총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양해해 달라. 로마까지 와서…”라 답하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을 두고 홍 부총리와 이 후보가 맞붙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두 사람은 페이스북 등을 통한 공개 설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 후보가 “기재부의 나라나” “수준 낮은 자린고비”라고 비판하자, 홍 부총리는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반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홍 부총리는 여당 주장에 밀려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고 ‘홍백기(홍남기+백기)’란 별명을 얻어야 했다. 5차 재난지원금도 전 국민 대상이 아니긴 했지만 소득 상위 88%에 지급되며 ‘무늬만 선별’이란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기재부로선 시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홍 부총리 입장이 어느 쪽에 기울든 특정 대선후보 주장에 재정 당국이 ‘편 들기’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단순히 ‘이재명 공격, 홍남기 방어’ 구도가 아닌 대선 쟁점으로 비화할 분위기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금권 선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론도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제10차 종합토론회가 31일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렸다. 후보들이 시작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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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야권은 이재명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두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손실보상 개념으로 (선별) 지원하는 것이 맞다. 코로나19 상황이 초기와 다르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준표 의원도 “그렇게 (돈을) 푼다면 나라가 망조로 가는 길이다. 자유당 시대 ‘고무신 선거’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는 반복된 재난지원금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은 “코로나를 겪은 국민은 재난지원금, 위로금을 받는다고 그대로 소비하지 않는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방역 상황이 당장 풀리더라도 재난지원금의 소비 촉진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발언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했는데, 미래 채권 발행으로 금융 비용이 올라가면 또 하나의 물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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