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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홍콩영화계에 날아든 '가위질'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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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020년 5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반대하는 민주화 시위대의 모습. 홍콩 입법부는 27일 영화 검열 기준에 `국가안보`를 더한 새로운 영화검열법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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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홍콩 극장에서는 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사상검열이 실시되면 영화 산업 전반에 활기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BBC는 27일 홍콩 입법부가 중국 국가 안보를 위한 새로운 영화 검열법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홍콩 당국은 새 검열법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활동을 지지하거나, 미화 또는 선동"하는 영화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 따라 홍콩 시 행정부 서열 2위인 홍콩 사무총장은 영화가 '국가 안보 이익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 영화 상영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법 위반시 최대 3년의 징역형과 최대 100만 홍콩달러(1억504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에드워드 야우 상무장관은 "(영화검열법 입법)목표는 매우 분명하다"며 "영화 검열 시스템을 개선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영화검열법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홍콩 영화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케니 응 홍콩침례대 영화아카데미 부교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에 국가 안보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검열"이라고 말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 관련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영화제작자 키위 차우는 이 법이 "영화제작자들의 자기검열이 심해지고 두려움이 커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홍콩은 1969년 이후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과거 반(反)중국 발언으로 비난 받은 중국계 미국인 감독 클로이 자오의 영화 '노매드랜드'와 홍콩 민주화시위 를 다룬 다큐멘터리 '흩어지지마라(Do not split)'가 주목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자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지난해 6월부터 시행했다. 이후 법 시행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대거 사임하면서 입법부에는 야당 의원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에는 교육과 예술 미디어 등에 대한 조사도 강화됐다. 출판사가 시위 관련 다큐멘터리 상영을 중단하고, 대학에서는 보도 사진전을 취소했다. 민주화 시위를 지지했던 타블로이드지 빈과일보는 지난 6월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사주와 편집국장 등이 체포돼 결국 폐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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