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
국내 게임업계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선점 경쟁이 뜨겁다. 새로운 물결로 떠오른 메타버스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메타버스는 게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자칫하면 인터넷기업에 밀려 메타버스 플랫폼의 콘텐츠 납품업체로 전락할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에프앤씨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 동맹을 맺고 내년 K팝 가상 아이돌그룹을 선보이기로 했다. 넷마블에프앤씨의 100%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엔터에 신주 8만주를 총 120억원에 배정하는 형태다. 양사의 △메타휴먼(가상인간) 기술△웹툰·웹소설 IP(지식재산권)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결합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에프앤씨는 '얼티밋 테니스', '익스트림 풋볼' 등 3D 스포츠게임으로 유명한 나인엠인터렉티브도 흡수합병했다. 서우원 넷마블에프앤씨 공동대표는 "나인엠인터렉티브는 딥러닝을 활용한 메타휴먼 생성기술과 모션캡처·네트워크 기술록을 보유해 성장성이 높다"라며 "양사의 기술과 인적자원을 메타버스 게임 및 플랫폼 개발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넵튠의 VR 전문 콘텐츠 개발자회사 맘모식스는 메타버스 서비스 '갤럭시티: 코리아'를 선보였다. /사진=넵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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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스도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컴투스는 영화 '승리호'의 CG(컴퓨터그래픽)을 담당한 위지윅스튜디오에 2057억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AR(증강현실)·VR(가상현실)·XR(확장현실) 기술을 결합한 메타버스 프로젝트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병준 게임빌·컴투스 의장은 위지윅 의장에도 취임해 그룹의 메타버스 사업을 진두지휘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 계열사 넵튠도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엔 2000년대 초반 3D 아바타 미니홈피 서비스로 유명했던 퍼피레드 지분 44%를 310억원에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가상인간 개발사 '온마인드', VR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갤럭시티' 개발사인 맘모식스 등을 인수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메타버스 요소가 더해진 펄어비스의 차기작 '도깨비'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독일 게임전시회에서 도깨비의 사전영상이 공개되자마자 펄어비스 주가가 급등,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을 정도다. 넥슨도 메타버스 플랫폼 'MOD' 콘텐츠 공모전을 여는 등 시동을 걸고 있다. MOD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그래픽 자산을 이용해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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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또다른 이름 '메타버스'…"인터넷기업 뛰어넘을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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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너도나도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까닭은 게임과 메타버스가 닮았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든 매튜 볼 에필리온코 최고경영책임자(CEO)는 메타버스 특성으로 △지속성 △실시간성 △독자적인 경제체계 △이용자 콘텐츠 생산 가능성 등 7가지를 꼽았는데, 대부분이 게임의 특성과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중견게임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메타버스는 '이미 해왔던 것'이란 인식이 있다"라며 "실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는 다양한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블록체인이나 NFT(대체불가토큰) 등 신기술을 조금 더하면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게임업계가 인터넷기업에 메타버스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메타버스 경쟁은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을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자칫하면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게임 콘텐츠만 공급하고 수수료만 떼이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글로벌게임산업트렌드'에서 "게임기업은 단순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이 어떻게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교류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라며 "메타버스는 현재 인터넷산업이 점유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역할과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를 게임산업이 맡을 수 있는 다시 못 올 기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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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노믹스 핵심인데"…블록체인 게임에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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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미르4'. /사진=위메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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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에선 블록체인 게임이 불법이어서 '메타노믹스'(메타버스+가상경제) 구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게임이란 NFT·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로 게임 내 아이템을 현실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문제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환금성이 사행성을 부추긴다며 블록체인 게임에 등급을 내주지 않는 점이다. 해외에선 승승장구 중인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미르4'가 국내에선 NFT 거래기능을 선보이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에 김석환 위메이드트리 대표는 지난 7월 열린 '대한민국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는' 토론회에서 "메타버스는 온라인에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활동하는 장으로 여기에서 쓰이는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로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볼 때 단지 사행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을 막는 게 적절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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