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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장님 얘기” “사표 안 내면 박살”로 社長 축출, 그날 화천대유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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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0월 3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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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앞둔 2015년 2월 6일, 황무성 성남도공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던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사 내 최고 실력자로서 ‘유원(one)’이라 불렸던 유동규 기획본부장에 이어 ‘유투’로 통했던 유한기 개발본부장과 황 전 사장 간 대화 내용이다. 사직서 제출을 재촉하는 유씨에게 황 사장은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가 떠미는 것이냐”고 수차례 묻는다.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 등으로 답한다. 두 사람의 뜻이 명확하다는 취지다. 황 사장은 “사직서를 써줘도 (이재명) 시장한테 갖다 주지 당신한테는 못 준다”고 버티지만 유씨는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 난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것 아닌가. 시장님 얘기다. 왜 그렇게 모르냐”고도 한다. 결국 임기가 1년 7개월 남았던 황 전 사장은 이날 유씨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황 사장은 건설 전문가 출신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책임자였다. 그런 황 사장이 사직서를 낸 그날 화천대유가 설립됐고 일주일 뒤 성남도공이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을 공고했다. 3월 11일에는 아예 유동규씨가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2주일 뒤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김만배·남욱 일당이 천문학적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일사천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화천대유의 특혜성 이득 ‘싹쓸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장치가 민간사업자에 대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다. 그 조항 배제가 이뤄진 것도 유동규씨가 사장 직대로 있던 2015년 5월의 일이다. 이 과정을 보면 황 사장이 화천대유 특혜 실행의 걸림돌로 찍혀 밀려났을 가능성이 있다.

녹취록 속에는 현재 이재명 캠프 총괄 부실장을 맡고 있고,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씨가 8번 거명된다. 유동규씨가 측근이 아니라는 이재명 후보도 정씨에 대해서만큼은 측근이라고 인정했다. 성남도공 사장은 성남시장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부하 직원이 사장에게 “박살 난다”고 협박하면서 이재명 시장의 최측근을 들먹였다는 것이다. 도공 사장 축출이 이 시장 뜻으로 이뤄졌다고 보지 않을 수 있나. 황 전 사장을 합당한 이유 없이 임기 전 물러나도록 압력을 가했다면 직권남용에도 해당한다. 환경부 장관이 2심까지 징역 2년이 선고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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