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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한다니 초중생 8학군 진입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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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특목고 폐지 발표 이후 강남·서초 순유입 계속 증가

고교학점제 시행 방침도 영향 “교육 격차 커질 걸로 보고 전학”

올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353명으로 1학년 학생(161명)의 2배가 넘는다. 4학년은 319명, 2학년은 258명 등 저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는 적은 ‘역(逆)피라미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에서 전학(轉學) 오는 고학년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 학교로 전입한 학생은 262명. 전출 학생(34명)의 7배가 넘는다. 이 학교 인근의 초등학교도 6학년 전입생이 76명인데 전출생은 1명도 없다.

서울 강남·서초구 등 이른바 ‘교육 특구’로 초등학생·중학생이 몰리는 현상이 최근 3년간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2017년 감소 추세였던 강남·서초구 초등·중학생 순유입이 문재인 정부 들어 반등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급증한 것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대입 정시 모집 비율 확대, 고교학점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강남 8학군 러시’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강남·서초구 초·중학생 순유입


20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학교별 전·출입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시된 2020학년도 서울 강남·서초구의 초등학생 순유입 규모는 1849명으로 집계됐다. 순유입 학생 수는 전입 학생 수에서 전출 학생 수를 뺀 것이다. 서울 25구 가운데 순유입이 플러스인 구는 7곳에 그쳤다. 서울 25구의 평균 순유입은 -91명으로 집계됐다. 강남·서초구의 초등학생 순유입은 2017년(924명)까지 큰 폭으로 줄다가 2018년 1064명, 2019년 1577명, 2020년 1849명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중학생의 강남·서초구 순유입도 2017년 108명, 2018년 171명, 2019년 266명, 2020년 308명 등 증가 추세다. 최근 3년 동안 강남·서초구 순유입 학생 수가 초등학생은 2배, 중학생은 3배나 늘어난 것이다.

순유입이 반등하고 증가세를 이어간 2018년부터 3년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고교학점제 등의 추진이 가속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2019년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전면 폐지하고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16곳의 정시 비율을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키워 결과적으로는 강남 8학군 선호 현상을 급격히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반고 살리기 대책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자사고·외고 폐지까지 확정되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믿을 만한 곳은 강남·서초뿐”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지적이다. 초5 자녀를 둔 김모(40)씨는 “신혼 때부터 10년 이상 살던 동대문구 아파트를 전세 놓고 서초구의 40년 된 낡은 아파트로 이사 왔다”며 “원래는 동대문구의 자사고로 아이를 보낼 계획이었는데,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정부 발표를 접하고 강남으로 가기로 마음을 돌렸다”며 “자사고가 폐지되면 좋았던 학교들도 하향 평준화할 것이 뻔해 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전학시킨 것”이라고 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강남·서초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교학점제가 2023학년도부터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적용되면 학교 간 역량 차이에 따른 교육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대표는 “올해 서울대 합격자 수는 일반고 기준으로 강남·서초구 비율이 35%에 달하고, 정시와 수시 모두 강남·서초구 합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강남 부동산이 폭등했는데도 순유입이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자사고·외고는 강남 8학군 편중을 완화하려 강북에 상당수 학교를 세웠는데, 이 학교들을 없애면 강남 쏠림이 심화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잦은 교육 정책 변경으로 학생·학부모 혼란만 더한 정책 실패의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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