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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K-방역, 사회적 약자 희생 일방적으로 갈아넣는 유일무이한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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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우석균 인의협 공동대표

‘위드 코로나’ 급진적으로 하면 최악의 경우 누적 사망 5만명

지금의 의료·사회정책 대응 못 벗어나면 ‘거리두기’ 돌아갈 것

의료·방역 인력 확충, 상급병원 동원, 약자 지원 제도화 시급

재정 지출 않는 K-방역, ‘제로 코로나 그룹’ 안에서도 유일무이

필수노동자 등 희생으로 얻은 우연한 성공이 ‘정부 무능’ 가려

‘간헐적 팬데믹 시대’ 대응하려면 근본적 체제 문제 주목해야


한겨레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가 15일 저녁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서울의 한 동네 병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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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감염시키는 수)가 최근 1 아래로 살짝 내려갔다. 확진자 수가 모처럼 감소세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확연하다고 볼 만한 단서는 아니다. 정부가 애써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 부르며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 내딛는 잰걸음은 그보다 한층 확연해 보인다. 우리는 이내 일상을 원래 상태로 돌이킬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우리의 원래 상태가 무엇인지를 얘기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답하기 어렵다. 가령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학적 판단만으로 일상의 회복을 이뤘다고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요컨대 그 답은 방송 뉴스 패널로 아침저녁 등장하는 감염학 전문가들한테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글로벌 팬데믹에서 의학은 다만 ‘분과 학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이자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인 우석균을 만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우 대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처럼 보건정책을 전공했고, 가정의학 전문의이며, 박사과정에서는 경제학을 했다. 코로나19에 관해 방송보다는 토론회와 글을 통해 활발히 발언하고 있다. 금요일인 15일 저녁, 그가 원장으로 있는 서울의 한 동네 의원을 찾아갔다.

우 대표는 약속한 시간을 얼마간 넘겨 기자가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 허겁지겁 들어왔다. 그가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이 동네는 백신 휴가를 쓸 수 없는 젊은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데라 금요일 오후 늦게 접종자들이 몰려요.” 대번에 감염학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을 법한 얘기를 했다. 일정이 지연된 터라 화제를 돌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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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달 초부터 위드 코로나에 들어갈 거라고 한다. 어떻게 될지 풍경을 그리듯 말해달라.

“손흥민 선수가 경기하는 영국 축구장 관중석 풍경까지 가지 않더라도, 마스크는 쓴 채 사회적 거리두기를 거의 폐지하고 ‘검사-추적-격리’를 크게 완화하면 영국과 비슷한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영국은 지난 7월19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프리덤 데이’(자유의 날) 조처를 하자 환자 수와 사망자 수가 늘어, 지금은 하루 확진자가 3만명에 사망자가 100명 넘게 나온다.”

―너무 비관적인 전망 아닌가?

“델타 변이의 돌파감염률을 20~40%로 보지 않나. 80%가 접종을 완료하고 그중 20%가 돌파감염이 되면 64%만 면역을 갖추고 36%가 못 갖추게 된다. 30%로만 잡아도 1500만명이다. 그 1500만명 안에서 감염이 계속 돌아가는 셈이다. 60살 이상 미접종자가 160만명쯤 될 텐데, 위중증 환자가 거기서 계속 나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그나마 중증화 예방률은 90% 이상 유지된다고 했는데, 이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 연령별 사망률 등 변수를 반영해 계산하면, 방역 조치를 완전히 풀었을 때 최악의 경우 고령 미접종자 중심으로 누적 사망자가 5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현재 2600명대). 강력한 거리두기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결코 놀라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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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안방 경기. 손흥민 뒤로 인파로 가득 찬 관중석이 보인다. 런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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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들도 전제를 단다. 점진적이어야 하고, 특히 올겨울은 과도기여야 하며, ‘검사-추적-격리’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반면 위드 코로나를 ‘경제적 약자를 위해 생물학적 약자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자영업자들을 위해 고령층이나 기저질환 보유자들을 위험에 내모는 거라는 얘기다. 그 말도 틀리지 않을 수 있다.”

―왜 그렇게 견해가 다른가?

“사실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위드 코로나 논쟁은 백신 접종 이후가 아니라 초기부터 있었다.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대부분의 대응 방식은 위드 코로나였다고 할 수 있다. 존슨 총리는 국민들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준비를 하라”고까지 말했다. 사실상 감염에 의한 집단면역 정책이었다. 그 반대편에 강도 높게 검사-추적-격리를 시행한 일군의 국가들이 있다. 이중 오이시디 회원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섯 나라뿐이었다. 학계에서도 양쪽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의학 저널 <랜싯>에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견해를 대변하는 논문이 번갈아 실렸다. 이 논쟁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델타 변이가 출현한 이후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두 전략 각각의 성과는 어땠나?

“위드 코로나는 초기에 엄청난 희생자를 냈다. 이후 서구 국가들은 ‘록다운 라이트’(가벼운 봉쇄) 정책을 취했다가, 백신 접종과 함께 다시 위드 코로나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다. 위드 코로나는 경제 성장을 희생하지 않기 위해 인간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런데 양쪽의 성과를 비교한 <랜싯> 올해 6월호를 보면, 위드 코로나 쪽이 사망자는 훨씬 많았으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서는 외려 뒤졌다. 경제 성장 면에도 헛된 희생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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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위드 코로나’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편 국가 간 비교 그래프. <랜싯> 2021년 6월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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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의 일방적 승리로 봐도 될까? 케이(K)방역의 성공도 수치로 확인된 거 아닌가?

“상대적으로 나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초기에 인명을 지킨 성과는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제 성장률은 어떻게 얻어진 건지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올해 독일 총선에서 좌파 정당 ‘디 링케’의 선거 강령 첫 문장이 ‘지금의 질문은 단 하나다. 코로나 위기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대기업주인가, 부자들인가, 노동자 약자인가?’이다. 우리에게 적용해보면 ‘‘케이방역’의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쯤 되지 않을까. 케이방역은 제로 코로나 그룹 안에서도 지극히 예외적이다.”

―무슨 뜻인가?

“한국은 같은 그룹 안에서도 코로나 재정 지출이 절대적으로 낮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올해 5월까지의 코로나 대응 재정 지출 통계를 보자.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일본 등 제로 코로나를 한 나라들은 평균 지디피의 18.1%를 지출했다. 한국은 4.5%다. 한국의 총 지디피를 2000조원으로 잡으면 대략 연간 270조원을 덜 쓴 셈이다. 긴축재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른 제로 코로나 국가들은 일상적인 엄격한 거리두기를 한 만큼 보상도 컸다. 한국은 같은 그룹 안에서도 사회복지가 가장 취약한데, 손실보상 등 재정 지출도 가장 미미했다 . 또한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코로나 유급휴가와 상병수당이 제도화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 유급 돌봄휴가도 대부분 나라에서 하고 있는데 , 우리는 겨우 생색만 낸다 . 노동자 ·서민들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높은 평가를 받은 건가?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방역정책을 잘 따른 것에 정부의 관성과 안이함 , 무능이 감춰진 결과라고 본다 . 애초 단기적·국지적 유행이었던 메르스 대응 계획을 세계적 규모의 팬데믹 대응에 그대로 적용했던 것이 문제다 . 대구 ·경북에서 유행했을 때를 보자 . 그 지역 공공병원을 총동원했는데도 병상이 턱없이 모자라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 동산병원이 이전하고 남은 건물과 시설을 내놨는데 , 외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일했다 . 숙달된 의료인력이 아니어서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생겼다 . 심지어 병원 건물 구조를 몰라 우왕좌왕했다 . 결국 동산병원 인력이 들어와야 했다 . 그나마 사립대 상급종합병원 3곳이 병상을 100개씩 내놔 숨통이 트였지만 , 결국 상당수 환자가 전국으로 이송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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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후 4개월 동산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의 당시 모습. 대구동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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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어땠나?

“대구·경북에서 한숨 돌리고 나자 방역당국은 단계별 거리두기 체계를 짰다. 메르스 사태 이후 확보한 음압병상 수와 확진자 수를 연동해, 확진자가 일정 수준으로 늘 때마다 거리두기 강도를 엄청나게 높였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는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나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진단검사 과잉 국가다. 선별검사에 강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감시 기술 수준은 중국 다음이다. 역학조사관이 현장에 도착하면 5분도 안 돼 개인 신용카드 사용 정보, 전화 통화 내역이 통보됐다. 지피에스(GPS·위성항법장치) 위치추적, 시시티브이(CCTV·폐회로텔레비전) 정보가 동원되기도 했다. 강도 높은 검사-추적-격리는 그렇게 가능했던 거다. 기술감시 체계가 무섭게 강화되고 있다. 옥외집회 금지도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이 남발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인권특별보고관은 감염 예방을 정치적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한 정치적 빌미로 삼으면 안 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우연의 결과일 수는 있으나 관성이나 안이함, 무능은 아니지 않나?

“1차 유행 때 병상과 인력 부족을 뼈저리게 경험해놓고도 대책은 전혀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유행이 다시 올 때마다 병상이 부족해지고, 대기 환자가 숨지고, 인력 부족은 만성 상태가 된 지 오래다. 보건의료단체들과 노조·시민단체들이 시설과 인력에 가장 여유가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병상을 100개씩 확보하라고 그토록 요구해도 손 놓고 있다가 , 3차 유행 때 병상 부족으로 인명피해가 커지자 겨우 중환자실 1%씩만 동원했다 . 메르스 사태 때 곤욕을 치른 사립대 병원들은 돈도 안 되고 위험 부담은 큰 코로나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고 , 정부는 그때 경험만 믿고 굳이 사립대 병원들과 갈등을 일으키려 하지 않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의 전제조건은 뭐라고 보나?

“위드 코로나로 가는 건 여러 면에서 불가피하다. 그러나 확진자는 얼마가 됐든 지금보다 반드시 늘어난다. 우리의 현재 의료 역량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보건소 방역 인력은 이미 휴직자가 절반이다. 병원 간호 인력도 번아웃이 온 지 오래다. 코로나 19 병실 간호사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 모두 눈물부터 글썽였다 . 서울 보라매병원을 조사해보니 , 최소 2배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더라 . 의료 인력을 서둘러 교육하고 배치해야 한다 . 지금이라도 상급종합병원 병상을 10% 이상 코로나 병상으로 동원해야 한다 . 인의협 회원인 일선 보건소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위드 코로나에 반대한다 . 역학조사 인력이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 역학조사가 안 되면 위드 코로나는 불가능하다 . 시간이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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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가 15일 저녁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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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위드 코로나로 버텨야 할 기간은 얼마나 될까?

“짧아도 2~3년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팬데믹이 몇년마다 주기적으로 계속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이전에 ‘간헐적 팬데믹’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의료적 대응보다 더 중요한 게 사회정책적 대응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에 가장 먼저 했던 얘기가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거였다. 그러나 쉴 수 있게 해주지 않았다. 케이방역은 사회적 약자와 의료·배달 등 필수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갈아넣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체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박수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다. 사회정책적 대응의 핵심은 고용 보장(해고 금지), 소득 보장, 주거 보장(퇴거 금지)이다. 그래야 의료적 대응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팬데믹은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라는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거울의 양면이다. 위드 코로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거기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본다.”

―정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인류는 백신 분배에서 완벽하게 무능을 드러냈다. 국제인권기구인 ‘옥스팜’이 올해 4월에 낸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모더나, 화이자 등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자해 새롭게 억만장자가 된 9명이 번 돈을 합치면 최빈국 인구의 130%에게 두차례 백신을 맞힐 수 있다. 원래 억만장자였던 8명과 그 가족이 같은 방식으로 번 돈으로는 인도 인구 전체를 다 맞힐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한국을 ‘백신 허브’로 만드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는 진정한 인류애를 보여주는 허브가 되는 것이다. 백신 지식재산권을 유예하고 기술 이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백하게 밝혀달라. 그리고 북한에 백신을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해달라. 남북 평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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