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11주기인 지난 2018년 3월6일 오후 ‘삼성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행진에 참여한 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을 출발해 서초동 앞 반올림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노동자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라는 법원 판결에 근로복지공단이 상고에 나서 유족과 관련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26일 성명을 내어 근로복지공단이 최근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노동자 장아무개씨 사건을 산재로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유족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장씨는 2001∼2015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불량검사, 고온 테스트 등을 하는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30대 후반 나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015년 3월 장씨가 숨지자 유족은 산재 보상(유족급여, 장의비)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장씨 질병이 업무와 연관성이 낮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장씨가 일하는 과정에서 극저주파 자기장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장기간 노출되고, 1주 69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병이 발생했다는 유족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공단 쪽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인 서울고법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4-1
부(재판장 이승련)는 지난 3월20일 판결에서 “망인(장씨)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내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공단 쪽 판단이 위법하다고 못 박았다.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포름알데히드에 장기간 노출된 게 백혈병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도 함께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4월3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반올림은 “2007년 고 황유미(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오퍼레이터, 백혈병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업무상 질병 인정 투쟁은 숱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지만, 근로복지공단이 고등법원의 패소 판결에 불복해 사건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유족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비판했다. 장씨 유족도 “상고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주저앉는다”며 “역학조사와 변론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들은 저희의 주장이 정당함을 증명한다. 그런데도 근로복지공단의 상고 결정은 그동안의 재판 과정 및 결과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태이며,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진정한 공단의 자세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상고 이유에 대해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노출농도가 기준에 비해 매우 낮고, 극저주파 전자기장의 경우 상병 유의성에 대한 연구결과의 일관성 결여 및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 및 미국산업위생사협회의 노출 기준에 비해 매우 낮은 점과 망인의 흡연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