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도 6조5000억 늘어…당국, 가계대출 추가 규제 만지작

8월보다 증가폭 커져… 은행 잔액 1050조원 돌파

주택담보 5조8000억원 증가

전세자금 대출은 소폭 감소세

신용대출·마통 한도 축소 효과

기타대출은 8000억 증가 그쳐

공모주·부동산자금 수요 영향

8월 통화량 증가액 역대최대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뉴시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9월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달보다 오히려 커지며, 대출 잔액이 105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9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한 달 동안 6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8월(6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은행 가계대출 통계는 예금은행을 기준으로 하며 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이 포함된다.

올해 월별 은행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1월 7조6000억원 수준에서 4월 16조2000억원까지 커졌다가, 5월에는 -1조6000억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이후 6월 6조3000억원이 다시 늘었고, 7월 9조7000억원, 8월과 9월 두 달은 다시 6조원대 증가를 기록했다.

9월 중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이 급증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이나 예년 평균보다는 큰 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은행권에 대출 증가율 관리를 강력하게 주문하며 은행들이 지난 8월24일부터 속속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했음에도 대출이 늘어난 점이 주목된다.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한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9월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자금수요가 이어지면서 8월(5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5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전세자금대출은 2조5000억원으로 7월과 8월의 2조8000억원에서 소폭 하락했다. 다만 기타대출에서는 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들은 지난달 줄줄이 신용대출은 연봉 이내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괄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8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8월 증가액(3000억원)보다는 크지만 7월(3조6000억원)보다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8월 기타대출 증가액은 전월 있었던 공모주 청약 자금이 반환되며 일시적으로 줄어든 영향이 있었다“며 “9월 기타대출은 일부 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 등 일련의 조치가 감소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통화량은 공모주 청약과 부동산 자금 수요로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8월 평균 광의 통화량(M2, 평잔 기준)은 3494조4000억원으로 7월(3443조9000억원)보다 50조5000억원 늘었다. 대형 공모주 청약자금이 유입된 증권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 18조2000억원 늘었고,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를 위한 대출자금 수요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11조3000억원 늘었다. 기업에서도 16조9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가계대출에 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박 차장은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은행 대출금리에 반영되는데, 8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9월 초부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했다고 보면 9월 은행 가계대출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금리 인상되면서 대출 수요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중은행의 대출증가율이 지난달 말 기준 5%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정한 올해 대출 증가 한도인 6%에 근접하고 있어 10월 이후 대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추가적인 가계 대출 규제책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향후 가계대출 전망에 대해 한은은 “정부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가 진행되고 있고 이달 추가 관리 방안도 발표될 예정인데, 관리 조치의 강도에 따라 (추이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가계대출 수요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연, 엄형준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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