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32명의 선시 풀어 담은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 출간
"부처님 가르침대로 항상 알아차리며 살고 싶어"
신작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 낸 동명스님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속세 시절 '차창룡'이란 이름으로 문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했던 동명스님이 출가 11년 만에 첫 책을 냈다.
그는 2010년 불혹이 넘은 나이에 은사를 따라 머리를 깎고 출가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내며 문단의 관심을 받았던 터라 그의 변신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홀연히 산속으로 사라졌던 시인은 이제 선시(禪詩)를 담은 책을 들고서 다시 세인들 곁으로 다가왔다.
스님은 신작 '조용히 솔바람 소리를 듣는 것'(조계종출판사)에서 선사 32명의 선시를 소개한다. 이들 선시를 접하며 일어났던 마음의 변화, 생각의 말들을 차분히 글로 풀어낸다. 지난 11년간 걸어왔던 수행의 흔적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길을 찾아 출가에 나섰다는 그는 그 가르침을 실천한 선사들의 선시를 통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찾고 있었다.
동명스님은 13일 조계종 총무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선시 한편 한 편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반추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한다고 볼 수 있겠다"며 "앞으로도 20∼30년간 꾸준히 선시를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시를 꽤 썼던 문인으로서 그가 접한 선시는 현대시와 다른 점이 많다고 했다. 시를 포함한 예술 작품이 하나의 작품, 완성된 체계를 추구한다면 선시는 자연스럽게 여유로움 속에서 나오는, 완전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출가 이전에 (썼던) 현대시, 이런 시들은 제가 혼을 쏟아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어낸 '의식의 산물'이었다면, 선시는 작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여유에서 나온 것이죠. 예술적 뛰어남보다는 삶의 정수가 들어있는, 깨달음의 정수가 있습니다."
스님이 책에 담은 선시는 태고보우, 진각혜심, 청호휴정 등 한국 불교사에서 명맥을 이어온 고승들의 작품이다. 선시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시공을 초월해 당대의 선승들과 함께 명상에 잠길 수도 있지 않을까.
동명스님은 출가 이후 무엇이 달라졌냐는 물음에 '여유'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문인으로 20여 년간 활동하면서는 잘하려고 애쓰는 일이 많았기에 좀체 여유를 가질 수 없었으나, 출가 이후에는 그러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그 자체가 '욕심'이고, 출가자로서 버려야 하는 '탐심'(貪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출가 이후에도 중앙승가대에서 공부하고, 그때그때 소임을 맡아 바쁘게 산 것도 맞지만,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멀리하니 여유를 갖게 됐고, 그런 여유 속에서 선시와 가까워지고, 그 속에서 수행의 길을 찾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항상 알아차리면서 살아라', '팔정도(八正道)를 실천하며 살아라'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를 또 실천해서 무엇을 해 보겠다는 것보다 그저 꾸준하게 실천해나가는 것이 제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1년 전에도 많은 이들이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오랜만에 기자들 앞에 나타난 그에게 문인의 옷을 벗고서 왜 뒤늦게 출가의 길을 택했는지 묻는 말이 오갔다.
"고등학교 때 스님들 에세이를 많이 읽으면서 이렇게 사는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바로 뛰어들지는 못 하겠더라고요. 그러다 인도 성지순례를 한 적이 있는데 부처님 생애가 굉장히 피부로 와 닿더라고요. 열반지인 쿠시나가라에서 나에게도 출가가 가까워진 게 아닌가 했습니다."
동명스님은 오랜만에 내놓는 책이 스스로에게나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 책이 지침이 돼서 수행 생활을 열심히 하고, 함께 사는 모든 사람도 이롭게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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