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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단독]"이럴 거면 여경 왜 뽑아"…'갑질경찰관' 징계불복訴 기각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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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경위, '감봉 1개월' 불복, 서울행정법원에 소송

법원, A경위 청구 기각…"감봉 말고 '정직'도 가능"

팀원에 과태료 대납지시·사적 심부름·욕설 '갑질'

"일상생활서 발생 가능한 가벼운 부탁일 뿐" 항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하다 적발된 30년 경력의 경찰관이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찰관은 막내 직원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성차별 발언과 욕설 등 모욕적인 대우를 일삼았다. 오히려 법원은 경징계에 속하는 감봉 대신 중징계인 정직 처분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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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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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는 30년차 경찰관 A경위가 감봉 1개월 징계는 부당하다며 제기한 청구를 기각했다.

1990년 순경으로 임용된 A경위는 2014년 서울 B경찰서 팀장을 거쳐 작년 C경찰서 관할 파출소로 전출됐다. 그는 작년 6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비인권적 행위인 갑질 등으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경위는 업무 외에 부당한 요구지시를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B경찰서에서 근무하던 2019년 당시 팀 소속의 막내 D(여)경장에게 지인의 주차위반 과태료(3만2000원)를 대신 납부하라고 했으며, 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 믹서기(2만7370원) 구매대금도 대납하도록 지시했다. 근무 중이던 D경장에게 경찰서에서 22㎞ 떨어진 경기도 자택에 노트북과 말린 시래기를 갖다 놓으라고 각각 지시했다.

욕설과 성차별 발언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경위는 D경장에게 “공용사물함을 왜 치우지 않았나, 이럴 거면 여경을 뽑은 메리트(장점)가 없지”라며 성차별적 모욕을 줬다. 또 “저걸 경찰관이라고 뽑아 놓았느냐”라고 비아냥댔고, “야 X발, 팀장 말이 말 같지 않아. 너 나가”라고 폭언도 했다.

이 밖에 2018년부터 작년까지 팀원들에게 해외여행 등을 빌미로 총 326만원 규모로 환전을 요구하거나 금전을 빌리는 등, 직무관련자와 거래 미신고로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점도 적발됐다.

A경위는 징계에 불복해 작년 7월 인사혁신처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같은 해 9월 기각했다. 이어 그는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징계사유의 각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한다”면서도 “사회 통념상 일상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가벼운 부탁일 뿐 우월적 지위 등을 이용한 부당한 지시·요구라고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태도로 강요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귀가를 하지 못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했던 점을 감안하면 부당한 지시·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30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성실하게 근무해왔으며, 1회의 장관 표창을 비롯해 다수 표창을 받은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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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단순한 가벼운 부탁이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고, 팀장이라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막내 부하직원에게 한 부당한 요구·지시라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A경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계급 중심의 수직적·권위적 특성이 강한 경찰조직에서 조직 내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와 경찰청의 대책과 노력에도 원고는 반복적으로 D경장에게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부당한 요구·지시를 하고, 모욕적인 대우를 했다”며 “원고의 비위행위는 정도가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지적했다.

A경위가 받은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이 오히려 약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은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경과실이거나,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중과실인 경우는 모두 ‘감봉’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서로 관련이 없는 사안에서 발생한 품위유지의무 및 행동강령 위반이므로, 감봉보다 1단계 위인 ‘정직’의 처분도 가능했다”고 짚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에는 서로 관련이 없는 2개 이상의 의무위반행위가 경합할 때는 1단계 위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갑질 근절 추진방안이 마련됐지만, 경찰 특유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탓에 갑질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갑질로 신고·적발돼 징계 처분된 경찰관은 100여명을 넘어섰다. 2016년 15명에서 2017년에는 30명으로 2배로 증가했다. 2018년에 10명으로 줄었다가 2019년 다시 22명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30명이 징계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10명을 징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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