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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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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재편된 상권지도… 대형상권 무너지고 관광지(제주·경주) 신도시(고양·화성)만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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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명동, 강남역 등 코로나 이전까지 불패를 자랑하던 대형상권들 역시 하나둘 불이 꺼졌다. 메인거리와 골목 하나 차이인 명동역 뒷골목은 상권 전체가 공실로 가득 차 폐허와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러한 코로나 불황은 메인골목에도 미치고 있다. 화려한 플래그십 스토어로 가득 찼던 명동 메인거리 역시 공실이 반이라 할 정도로 타격은 지속되고 있다. 대형상권이 쑥대밭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확장과 성장을 지속하는 상권이 존재한다. 그들은 어떠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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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승자독식 구조

상권지도에도 그대로 반영


살아남거나 퇴출되거나 둘 중 하나다. 매출이 반에 반으로 줄어 직원 없이 혼자 장사하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점포가 있는 반면 모든 종업원이 바쁘게 돌아가도 일손이 부족한 가게도 있다. 종업원보다 손님 수가 적은 날이 허다한 곳이 있는 반면, 새벽 6시부터 예약 받기 시작하면 30분 만에 그날 판매할 수 있는 양이 꽉 차서 더 이상 예약을 받지 못하는 가게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누구에게는 맞고, 누구에게는 틀린 이야기다. 2020년 갑작스럽게 확산된 코로나 여파로 인해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려웠다고 볼 수도 있다. 올 한 해 그 안에서 다시 적응하고 살길을 모색하여 반등에 성공한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이제 망하거나 성공하거나 두 종류의 가게만 남게 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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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코로나19가 이런 변화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 단지 기폭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도 말한다. 실제로 코로나19는 전체적인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그 방향에서 더 큰 가속도를 내주기만 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음식배달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사실 음식배달 시장은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이미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은 어려워진 반면 대형 쇼핑시설(백화점, 복합몰)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는 뉴스들도 많이 보인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여기서 ‘코로나19 이후’ 라는 말은 빼도 무방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급속도로 진행되던 현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잠시 주춤한 것처럼 보였던 대형 쇼핑시설 이용객은 금세 다시 모여들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올 미래가 좀 더 빨리 왔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언젠가는 닥쳤을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외부환경을 원망하고, 신세를 한탄하거나, 누군가의 도움만 바란다고 살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살길은 소비자의 지갑이 어디로 열리고 있는지를 살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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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지갑은 닫히지 않았다

소비자의 지갑이 아예 닫힌 상황이라면, 경기는 계속 어려워질 것이고 해답이 없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비자의 지갑은 닫히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크게 열리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하게 염두에 둬야 하는 사실은 예전에는 70:30으로 내가 조금 부족해도 30 정도의 파이는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의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90:10으로 먹을 수 있는 파이가 줄어든 상황이다. 더 심화되면 99:1이 되면서 승자가 모든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로 갈 수도 있다. 전국 지역별 변화를 추적해 보면, 이런 양극화와 승자독식 구조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소비자가 어디서 지갑을 열고 있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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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20년은 우리가 이미 여러 번 확인한 것과 같이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웠고, 지역별로도 대부분 감소세가 나타났다. 코로나 확산세가 거셌던 대구와 경북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인천, 부산, 대전, 울산 등 주요 도시에서 매출액 감소율이 컸다. 그나마 잘 버텼다고 할 수 있는 경기도나 세종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몇 신도시의 형성 때문에 전체적인 크기가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주요 상권들은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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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상가들이 늘어난 한산한 신촌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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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

제주·강원은 전에 없는 호황 누려


올해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대구와 경북은 피해를 입었던 만큼 지역회생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 국내 관광지로 손꼽히는 제주와 강원은 줄어든 것보다 더 크게 증가하여 이미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액이 증가했다. 서울이나 인천, 대전, 광주는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반등한 지역과 지속적으로 감소한 지역의 명암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과 2021년(현재)을 비교해보면 코로나19 기간 오히려 성장한 지역은 제주와 전남, 경기, 강원, 경남 순으로 나타나며, 경북, 충남, 충북, 부산, 대구, 울산은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2021년 들어서면서 반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서울을 비롯해 대전, 광주, 인천, 세종, 전북은 아직 반등하지 못하고 떨어진 상황을 유지하거나 좀 더 감소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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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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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요 잘 공략한 지역 대세

이렇게 지역별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로는 크게 보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국내 주요 관광지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가 지역별 차이를 가른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눈을 돌릴 수 있는 국내 관광지가 각광받기 시작했고, 제주·강원·전남(해안 관광지역)이 2021년 성장한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새로 형성되는 신도시들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다. 경기도가 수도권 중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남양주, 김포, 하남, 화성, 평택 등 성장하는 도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들도 성장하는 새로운 도시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가 증감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주요 상권과 도심은 하락세, 동네 상권과 지방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주로 어떤 지역으로 구성되었는지가 전체 등락을 가른다. 공교롭게도 서울을 비롯한 모든 특별·광역시는 하위권에 머물고, 지방 도·자치도가 상위권에 나타난다. 서울과 인천, 광주와 대전, 울산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그 몫이 경기와 제주, 전남, 경남, 강원, 경북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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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시즌인 지난 7월 인산인해를 이뤘던 강원도 속초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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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상권 지고 지방·소도시 상권 부상

국내 관광지와 신도시의 성장은 직접 체감할 만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주요 상권·도심의 하락세와 동네 상권·지방 소도시의 성장세’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읍·면·동 행정구역은 약 3500여 개 정도인데 이 중에 (행정)동이 59.7%, 읍이 6.7%, 면이 33.6% 정도로 분포한다. 이 중에 면은 평균적으로 인구 2000~2만 명 사이의 지방 소도시를 의미하고, 읍은 평균적으로 인구 2만 명 이상인 지방 중심지, 동은 특별시나 광역시 산하의 자치구, 도 산하의 자치시 하위 행정구역으로서 일반적으로 면이나 읍보다는 인구나 경제규모가 큰 지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읍·면·동 단위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면 그 수나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지방 소도시인 면의 증가율이 높고, 읍·동 단위로 커질수록 증감률이 낮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방 소도시의 증가율이 일반적인 도심지역보다 높다는 뜻이다. 지역 단위로만 보면 대부분의 점포가 동 단위에 밀집(전체 82.4%)해 있기 때문에 ‘주요 상권과 도심은 하락했고, 동네 상권과 지방 소도시는 성장했다’는 가설을 설명하는 데 부족할 수 있어 이번에는 읍·면·동 관계없이 한 개 행정구역 단위에 포함하는 점포 수를 기준으로 대형에서 소형까지 11개 단위로 구분했다. 점포 밀집도가 높을수록 주요 상권이나 도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점포수 규모에 따른 행정구역별 증감률 분석 결과에서도 전반적으로 크고 경제규모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매출 감소가 컸고, 작은 지역일수록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현상을 보였다. 도심이나 주요 상권들은 강도 높은 ‘집합인원 수+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인해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한 반면, 비교적 한적하고 사람이 모이지 않는 외곽지역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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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증가한 지역은 어디? 특징은?

17개 시·도 내에서도 매출이 증가한 지역과 감소한 지역이 나뉜다. 또 매출액은 똑같이 올랐지만, 어떤 지역은 점포 수도 함께 늘면서 전반적인 ‘성장세’로 볼 수 있는 지역도 있고, 점포 수는 줄거나 오히려 감소하면서 특정 업종만 매출이 오른 ‘집중’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도 있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큰 단위의 분석보다는 세부 단위의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17개 각 시·도별로 포함하고 있는 읍·면·동의 2020년 대비 2021년 매출액 증감률을 구간별로 나누어 보면, 전국적으로는 약 9.7%(337개) 읍·면·동이 2020년보다 30% 이상, 6.6%(232개) 읍·면·동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각 지역의 회복과 성장을 이끄는 상위 16.3%에 해당하는 지역들이다.

이 지역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증감률 0을 기준으로 성장에 조금 더 가까운 정규분포 형태를 보이는데 이를 통해 ‘증가한 지역만큼 감소한 지역이 있다’는 명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각 권역의 매출액 증감 구간별 읍·면·동 비중을 그래프로 나타냈다. 인천은 송도4동, 산곡4동, 당하동, 북성동, 남촌도림동, 검단동 등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한 지역도 많아서 성장을 이끄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영남권은 타 권역에 비해 전반적으로 무게중심이 오른쪽(증가)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에 비해 2020년 감소율이 컸던 만큼 2021년은 다시 회복하는 추세다. 대구와 부산은 5~10%에서 증가한 지역이 많아 전반적으로 회복 중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경남은 대동면, 문화동, 한림면, 남면, 경북은 황남동, 화양읍, 완산동, 와촌면, 청도읍 등 관광지와 지방 소도시가 약진하면서 회복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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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은 보다 지역 내 명암이 엇갈린다. 전남에서는 일로읍, 이로동, 압해읍, 돌산읍, 삼산동(순천), 율촌면 등 목포, 여수, 순천, 무안의 관광지들이 각광을 받고 있고, 전북은 금구면, 인월면, 여의동(전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광주도 중앙동(북구), 농성1동, 동림동, 우산동, 평동, 계림1동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 전반적인 성장보다는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매출이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체감 경기는 아직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대전은 매출액과 점포가 동시에 늘어나는 신성장지역을 발굴하는 동력이 필요해 보이며, 세종은 소담동, 보람동이 증가하는 반면 도담동, 한솔동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제주와 강원 지역은 전반적인 무게중심이 오른쪽(증가)에 있으며, 특히 제주지역은 분석된 42개 읍·면·동 중에 17개(40.5%) 지역 매출이 2020년 대비 3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나 국내 관광 수요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담2동, 우도면, 안덕면, 예래동, 효돈동, 오라동, 한경면, 도두동, 애월읍, 구좌읍 등이다. 강원도는 신북읍, 양양읍, 강동면, 지정면 등 관광자원이나 골프장, 리조트 등 지역특성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는 곳들의 증가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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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1630명을 기록한 지난 7월 23일 주말을 앞두고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이 이용객들의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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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국에서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지역을 성장지역(매출액과 점포 수가 동시에 늘어나 여러 업종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지역)과 집중지역(점포 수에 큰 변화 없이 특정 업종의 매출액이 늘어난 지역)으로 나누고 매출액 상승을 이끈 업종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먼저 성장지역으로 뽑은 20개 지역은 관광지와 신도시가 반반이다. 관광지는 제주에서 5개 지역이 포함되었고, 경주 황리단길(황남동)과 울릉읍이 포함되었다. 이런 지역은 매출액이 증가한 업종에 대부분 ‘음식업’이 포진하며, 관광지인 만큼 해당 지역 맛집이 경기를 주도한다고 봐야 한다. 한편, 경기도 고양, 화성, 평택과 인천 연수, 부산 기장, 대구 달성 등 신도시 또는 입주가 시작되면서 성장하는 지역은 슈퍼마켓과 편의점, 농축수산물 등 기본적인 소매업이 성장하면서 병원, 어린이집·유치원, 미용실 등 주거형 서비스업이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업종이 증가하는 지역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볼 수도 있다.

집중지역은 매출액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체감 경기가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특정 업종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비해 기타 업종까지 같이 증가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가전제품과 가구, 인테리어 업종이다. 이런 업종은 관련 사업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전체 상권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특징이 있다. 순위에는 없지만 고가의 수입자동차나 명품 브랜드의 매출도 이런 부류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런 지역은 매출보다 점포 수가 전체적으로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박지훈 기자 주시태·김도훈 나이스비즈맵 연구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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