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뒤 중국의 제조업이 전력난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등 제조업까지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안후이성의 석탄화력발전소.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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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력난이 가뜩이나 어려운 글로벌 반도체 부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반도체 기업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애플·테슬라 같은 빅테크, 폴크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중국발 전력 부족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력난은 중국 남동부 공업벨트인 광둥(廣東)·장쑤(江蘇)·저장(浙江)성을 강타하고 있다. 이들 세 개성은 중국의 제조업 기지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제조업 기지다. 이들 지역엔 대만의 반도체 업체가 대거 진출해 있다. 특히 대만에서 가까운 장쑤성에 밀집해 있다. 장쑤성 쿤산(崑山)시에만 10여개의 기업이 있다.
반도체 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제조업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성도 선양에 있는 오리온 생산 공장은 당국의 통보를 받고 전날부터 오는 30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장쑤성에 있는 포스코 스테인리스 생산 공장도 전력 문제로 일시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전력원 비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국전력기업연합회] |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반도체 업체는 최근 대만 증시에 중국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ASE쿤산은 27~30일 나흘간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다. 쿤산시 정부가 이 기간 정전 발생을 통지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온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대만 CWTC도 장쑤성 쑤저우 공장의 생산을 26~30일 중단한다.
중국의 전력난은 반도체 분야를 넘어 자동차 업계와 빅테크 업체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리뷰는 “중국 당국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정책으로 반도체 공급업체뿐 아니라 애플과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공장도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대만의 폭스콘 계열사로 애플과 테슬라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이성정밀(ESON)은 지난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애플 공급사인 대만 유니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중국 지방 정부의 산업용 전력 공급 제한 정책에 따라 26~30일 중국 내 3개 자회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포드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전기 장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공급하는 대만 TTE(同致電子)도 전력 중단 여파로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전력 생산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력 발전 가동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국 당국이 금지한 뒤 대체할 곳을 찾지 못한 영향이다. 호주산 석탄은 2019년까지 수입량의 60%가량을 차지했다.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선언에 따라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하는 것도 전력난을 가중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은 발전량을 늘리기보다 부족한 전력을 아껴 쓰는 것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이다. 지난달부터 기업의 석탄과 전력 소비를 제한하는 에너지 소비 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푸른 하늘을 보여주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 통제 정책을 이어간다면 생산 현장의 피해는 커질 수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석탄 가격 급등과 정부의 엄격한 탄소배출 목표를 고려할 때 중국의 안정적 성장은 비현실적”이라며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8.2%에서 7.7%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이유로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8.2%에서 7.8%로 내렸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한 송전으로 중국 경제는 3분기부터 위축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을 넘어 방직·완구·기계 부품 등 세계 시장이 중국발 공급 부족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는 뜻”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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