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간행물' 주제로 창립 130주년 학술대회
1906년 마련한 대한기독교서회 최초 건물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1890년 설립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개신교계 출판사로 꼽히는 대한기독교서회가 내달 늦깎이 생일잔치를 연다.
이 출판사는 130주년을 맞은 지난해 각종 행사를 준비했으나 '코로나19'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한해 뒤늦게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학술대회를 마련했다.
기독교서회는 1890년 6월 25일 '조선의 거룩한 가르침의 모임'이라는 뜻의 '조선성교성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 한국에 처음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파할 목적으로 세운 문서선교 기관이다.
하지만 '종교 출판'이라는 벽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며 출판·언론기관으로서 역할을 감당했다. 그간 발간한 책은 일반교양, 위생, 계몽, 어린이, 어학, 지리, 상식, 소설, 사상서적 등 그 범위가 방대하다.
지난 130년 동안 낸 도서가 무려 1만여 종에 이른다고 출판사 측은 전했다.
무엇보다 설립 초기부터 한글 사용원칙을 고수해 한글 출판물을 대량 공급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평이 나온다.
기독교서회는 1890년 최초 간행물인 '셩교촬리'를 시작으로 기독교 교리를 알리는 서적을 잇따라 냈다. 1897년에는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게일이 편찬한 '한영자전(韓英字典)'이 초판 발행됐다. 이 자전은 한국어-영어 이중어 사전으로 모두 3만5천여개의 표제항이 수록됐다.
일제강점기 때는 신학 서적과 수준 높은 일반교양 서적으로 범위를 확대했으나 1942년 일제 탄압이 거세지며 여러 해 출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한기독교서회 최초 발행물 '셩교촬리' |
옥중전도 등을 통한 독립운동 기여, 여성과 아동 지위 제고를 위한 도서 출간, 찬송가 보급을 통한 서양음악 토대 기여 등도 기독교서회의 발자취로 기억된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는 부산에서 셋방살이로 명맥을 이어갔다.
이 출판사는 1952년 아동용 잡지 '새벗'을 창간했고, 1970년대부터는 수준 높은 신학서적을 내며 교계 대표 문서 선교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1957년 창간한 월간 기독교사상과 1962년부터 발행한 묵상집 '다락방'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찬송가 제작과 보급에도 힘썼다.
기독교서회는 긴 역사 동안 명패도 여러 번 바꿔 달았다. 1890년 조선성교성회에서 출발해 1919∼38년 '조선예수교서회'라는 이름을 썼고, 1939∼47년 '조선기독교서회' 등으로 불렸다. 해방 후 정부수립과 함께 현재의 이름인 '대한기독교서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0월 5일 서울 중구 구세군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 주제는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 간행물'이다.
행사에서는 기독교서회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당시 기독교적 가치관을 담은 종교서적은 물론 각종 교과서와 교양서, 사전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 서적을 만들어 보급하며 민초들 안에서 한글사용에 앞장섰던 역사를 되돌아본다.
허경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의 교양·문학 도서'를 주제로, 안예리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는 '근대 한국어와 게일의 한영자전'을 주제로 각각 발제에 나선다.
또 서신혜 한양대 인문대학 교수는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의 여성·아동도서', 여인석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한글과 조선예수교서회의 보건·의학도서'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주제문 발표에 이어서는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대한기독교서회 사장 서진한 목사는 "한글의 발전에 공헌한 것은 기독교서회의 일이기도 하지만, 한국 기독교 전체의 일"이라며 "그리스도인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자 기독교가 폄하되는 이 시대에 관심을 두고 연구할 만한 주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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