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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건 세계… 아프간 난민, 갈 곳이 없다 [세계의 분쟁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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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이해관계 속 국제사회 '난민 공포' 우려
국경 넘지 못한 아프간 내 난민도 대규모 발생
"인도주의적 위기에 도움의 손길 필요" 목소리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간 난민들이 이달 1일 차만 지역의 한 기차역 인근에 마련된 임시 주거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만=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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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심 시설인 국방부와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9·11 테러로 미국인 2,977명이 희생되면서 시작된 미국과 탈레반 간 전쟁(아프간전쟁)이 20년 만에 종결됐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직후인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 철군 종료 하루 뒤인 같은 달 31일 각각 종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를 남겨 놓았다. 그중에서도 ‘아프간 난민 문제’는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의 주요 관심 사항이 됐다. 주변국과 유럽 국가들이 국경 지역에 빗장을 걸기 시작함에 따라, 갈 곳이 막힌 아프간인들은 '국내의 정처 없는 사람들', 즉 '국내 난민(실향민)'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난민은 자국 정부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도 받기 힘든, '가장 비인권적 상황'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이다.

'주권 vs 인권'... 첨예하게 부딪히는 난민 문제


유엔난민기구(UNHCR)와 한국 난민법 등을 종합하면, 난민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로 인해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자'로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다. 그중에서도 출신국 밖에 거주하면서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자들이 최근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국제 난민이다. 이와 함께 비슷한 이유로 자신의 집 또는 일상적 거주지에서 강제로 떠났으나 국경을 넘지 않은 국내 난민도 있다.

어떤 형태이건 난민은 주권과 인권이 부딪히는 영역이다.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난 난민의 인권을 외면할 수도 없고, 이들을 무작정 받아들이기엔 기존 주민들의 주권을 내세운 반대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중동과 유럽 지역에 큰 혼란을 일으킨 시리아 난민 위기가 대표적 사례다. 2011년 아랍의 봄에서 촉발된 혼란 속에 당시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 진지를 구축하고 영역을 넓히면서 이 지역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시리아 내전이 터지면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2012년 12월까지 시리아 난민 49만7,965명이 발생했고, 2013년 말에는 주변국 난민 등록자 수가 230만 명에 달했다. 내전 격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등으로 많은 시리아 국민이 사망하면서 난민은 다시 한번 급증했다. 약 1년이 흐른 뒤인 2014년 말 기준 주변국의 시리아 난민 등록자 수는 370만 명으로 치솟았다.

국제전 양상이 된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난민의 수는 더 늘었다. 초반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 등 주변국으로 몰려든 난민은 이후 유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시리아 난민 수가 약 460만 명까지 불어난 2015년, 유럽 통계청은 그해 유입된 난민(약 120만 명) 중 29%가 시리아 출신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서 이주민 유입으로 일자리를 뺏긴다거나 치안이 불안하다는 등의 '난민 혐오'가 힘을 얻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현실에선 난민도, 난민 수용국도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난민 대부분은 낮은 임금의 불법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국제기구 등의 원조에 기대기 때문에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동시에 수용국 입장에서는 경제 침체기가 오면 부담이 배로 증가한다. 사회·문화적 갈등도 불가피하다. 서구 국가로 향한 난민은 물론이고, 주변 아랍국 또는 무슬림 국가로 건너간 난민도 마찬가지다. 종교와 종파, 민족 구성, 문화, 정치체제, 언어(방언), 자녀 교육 등 다방면에서 좁힐 수 없는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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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고국인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난민들이 지난달 30일 독일 람슈타인의 미국 공군 기지에 마련된 임시 수용 텐트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람슈타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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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에 빗장 건 세계... 그래도 난민 급증


시리아의 경험 탓인지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은 아프간전 종료와 동시에, 난민 유입 걱정부터 했다. 특히 유럽 내에선 일명 '외로운 늑대'가 IS에 가담해 자행한 테러,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아프간 난민 유입 반대 여론이 커졌다. 이렇게 되자 각국 정부도 '특별 기여자' 명분으로 수천 명에서 수만 명만을 수용하겠다면서 인도적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의 동쪽 국경선인 폴란드에서는 벨라루스를 통해 넘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한 장벽 설치까지 나섰다. 미국도 난민 수용 규모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국 본토가 아닌, 전 세계 미군 기지에서 일시적으로 난민을 수용한다는 계획만 내놨다. 독일 4만 명, 영국 2만 명, 캐나다 2만 명, 호주 3,000명, 그리고 프랑스는 최소 2,800명을 각각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프간 난민이 이미 대거 유입된 파키스탄이나 이란 등 인접 국가도 더 이상의 난민 수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슷한 처지인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간인들이 제3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돕고, '일시적으로'만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투르크메니스탄도 난민 이송을 위한 영공 사용만을 허용했을 뿐, 자국 영토 내 난민 수용에는 선을 그었다. 시리아 난민 위기 당시 유럽의 지원금을 받아 난민을 자국에 정착시킨 터키도 이번에는 미리 발을 뺐다. '우리는 유럽의 이주 창고가 아니다'라고 반발하면서 이란과의 국경에 장벽마저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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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신월사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보낸 구호 물자를 20일 관계자들이 배분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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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국내 난민에도 국제사회 '관심' 절실


문제는 이처럼 받아줄 곳이 없어도 난민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기 전에도 아프간은 전 세계 난민의 10%를 배출했다. UNHC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인 약 150만 명이 파키스탄으로, 약 78만 명은 이란으로 각각 향했다. 터키로도 12만5,000명이 건너갔고, 독일과 그리스에는 각각 3만3,000명과 2만 명이 넘어갔다. 올해 역시 무력 충돌 탓에 아프간 내에서 약 55만8,000명이 각자의 터전을 떠났다. 이 중 약 80%가 여성과 어린이로 파악됐다.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아프간 난민은 최대 50만 명이 더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서방 사회와 주변국이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사실에 비춰 보면, 이들 대부분은 국내 난민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국내 난민은 비중이 높지만, 이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2017년 말 UNHCR 통계를 보면, 지구촌에서 내전과 기아, 박해 등으로 거주지를 떠나 유랑 생활을 하는 이들은 약 6,8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약 4,000만 명은 국내 난민이다. 국내 난민 캠프의 사망률은 일반인에 비해 100배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구과밀, 비위생적인 물, 난민 캠프 내 위생관리 부실, 영양실조 등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결핵,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확산되기 쉽고, 여성의 성범죄 노출 위험성도 크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난민들은 충분한 식량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올해 아프간 전역에 걸친 가뭄으로 전체 인구 3분의 1 이상인 1,400만 명이 배고픔의 고통을 겪고 있다. WFP는 "긴급 식량과 의료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미 겪고 있는 무서운 상황은 '대재앙, 완전한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은 끝났는데, 그 이후 아프간 국내 난민들의 경제적·사회적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만약 내전이 발생한다면, 그리고 국제사회의 빠른 인도적 지원이 없다면, 갈 곳이 없는 상당수의 아프간 난민은 아마도 '기아' 때문에 사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권 차원에서라도 이들 난민에 대한 세계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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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률 명지대학교 중동문제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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