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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장에서 도지사까지, 김두관의 ‘인생역전 서사’…반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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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SWOT 분석 : 김두관 민주당 의원

한겨레

권범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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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62)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치 역정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도전’이다. 고향인 경남 남해군 이어리 이장을 시작으로 남해군수, 행정자치부 장관, 경남도지사, 두 차례의 대선 경선 후보에 이르는 동안, 험지 출마를 마다하지 않으며 ‘지역주의 타파’를 꾸준히 강조해온 그를 사람들은 ‘리틀 노무현’이라 불렀다.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경남도지사 사퇴라는 ‘무리수’를 던져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9년 만에 두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정치 인생 2막은 성공적으로 펼쳐질 수 있을까.

지방분권, 노무현·문재인 계승 상징성


‘칠전팔기 도전 정신’은 정치인 김두관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는 여러 차례 도전한 선거에서 주로 지는 쪽에 속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 공직선거에 11차례 도전해 6차례 낙선했다. 그중 9차례는 민주당의 험지인 영남에서의 도전이었다. 2014년 7·30 보궐선거 땐 아무 연고가 없는 경기도 김포 지역에 출마했고 낙선했다. 하지만 뚝심 있게 지역을 지켰고, 2016년 20대 총선에서 최종 득표율 59.3%로 당선됐다.

‘당을 위한 희생’ 역시 지지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그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공들여 자리 잡은 김포 지역 재출마를 포기하고 경남 양산으로 돌아가 당선됐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한 이해찬 당 대표 등 지도부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서민 출신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정체성과 남다른 인생 스토리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김 의원은 남해군 고현면 이어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형제들도 해외로 돈벌이를 나가느라 김 의원이 가장 역할을 하며 살았다. 대학에 합격했지만 등록금 28만5000원이 없어 입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청년 김두관은 고향에서 남해농민회 조직, <남해신문> 창간 등 지역운동을 펼쳐나갔다. 29살 때 마을 이장이 된 데 이어, 1995년 6월 1기 민선 지자체장 선거에서 37살 나이로 남해에 출마해 역대 최연소 군수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흔넷인 그를 참여정부 첫 행정자치부 장관에 임명했다. 이어 민주당 험지라고 여겨지는 경남에서 도지사에 당선됐다.

김 의원의 이러한 정치 역정은 민주당 유권자들로 하여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김두관 의원은 지방분권 세력으로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승계한다는 상징성을 가졌다”며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 장관, 지사, 대선주자, 국회의원으로 차례차례 도약했다. 그의 이러한 인생 역정은 한 편의 신화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김 의원에 대해 “지역주의 돌파를 위해 여러 차례 도전했고 나름의 강단과 뚝심이 있다. 서민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있다”며 이러한 모습이 장기적으로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김 의원에 대해 “자신만의 고유한 스토리, 대중들이 좋아하는 반전의 서사를 지닌 정치인”이라고 했다.

인지도·지지율 모두 미미한 존재감


2010년 3수 끝에 야권 단일후보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를 따르는 정치 세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시점 김 의원을 지지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20대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김 의원 캠프에 소속된 현역 의원은 신정훈 의원이 유일하다.

낮은 인지도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1%를 넘지 못하는 지지율도 약점으로 꼽힌다. 15일 현재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지역 경선과 1차 국민선거인단(국민·일반당원) 투표까지 5차례의 순회경선에서 김 의원의 누적 득표율은 0.63%로 후보들 중 가장 적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그의 ‘정치적 감각’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김 의원은 2010년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야권 단일화를 거쳐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며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했지만,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지사직을 사퇴하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의 도지사직 사퇴는 결국 ‘홍준표 경남도지사’ 당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경남 쪽 민주당 지지자들은 김 의원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 의원 자신도 이 일에 대해 “나를 믿고 품어주던 340만 경남도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경남도지사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의 홍준표 후보가 당선되었고, 나는 어떤 면에서 그를 경남도지사로 당선시킨 장본인이 되었다”(자서전 <꽃길은 없었다>)고 인정했다.

그가 201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으로 질 것인가, 김두관으로 이길 것인가’라며 지나친 공세를 이어간 것 역시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김 의원은 “문재인 후보를 규정한 전략과 개인적인 평가 역시 오판”이었다고 후회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지만 ‘지역주의 극복’ 이상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귀영 연구위원은 “김두관 후보가 가진 서사는 강력한 강점이지만, 2010년 경남지사 당선 때 정치적 시효가 다했다”며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나왔고 그 결과 기존의 자산마저 망가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버전업 된 김두관, 비전과 리더십으로 무장한 김두관은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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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분권 세력 전폭 지지 땐 반등 가능


김 의원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그가 이번 경선에서 3~4위권까지 지지를 끌어올려 ‘선방’할 경우 다음 정치적 행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의원은 지자체장부터 국회의원까지 다양한 경험이 있지만 주요 당직을 맡아 본 경험은 없다. 이번 경선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 등에 도전할 가능성의 공간도 열릴 수 있다. 김두관 캠프 관계자도 “경선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3, 4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프 쪽에서는 전국에 퍼져 있는 ‘자치분권 세력’이 오랜 기간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해온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지난 1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상임대표를 맡은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와 경선 후보자 가운데 처음으로 정책협약을 맺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들이 김 의원을 지지해줄 경우 상당한 기회 요인이 될 거라고 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변수’로 인해 이재명 지사가 낙마할 경우 김 의원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의원이 영남 출신으로 이재명 지사와 비슷한 성장 ‘신화’를 가진 만큼, 대체재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능성은 극히 낮다.

김태형 소장은 “너무 열세인 상황이라 마땅히 치고 나갈 것이 없다. 기회 요인이 거의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캐릭터와 스토리, 지역적 기반 모두 강점이지만 10년 동안 활용한 캐릭터 이상으로 업데이트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고향인 부·울·경 성적표는?


김 의원을 돕는 한 캠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은 모든 지역에서 다 꼴찌를 하는 것”이라며 “경선 동력이 없어서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 역시도 위협적인 요소”라고 털어놨다. 특히 김 의원이 자신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조차 낮은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차기 정치 행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한 캠프 관계자는 “김 의원의 고향이자 지역구로 도지사까지 지낸 경남 지역에서조차 가장 낮은 득표율을 올리는 상황”을 ‘가장 위협적인 상황’으로 꼽았다.

민주당 경선이 지지율 1, 2위인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맞대결로 갈수록 후순위 주자들의 설 곳이 더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국민의힘 경선에 나선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반등하며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추격하고 있는 현 상황도 김 의원한테는 하나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홍 의원이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를수록 여권 지지층은 김 의원이 2012년 경남도지사를 사퇴한 일을 떠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국민의힘에서 홍준표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면서 2012년 경남지사를 중도 사퇴한 김두관 의원의 잘못이 다시 부각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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