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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막 올린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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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선거위원회 선거

투표율 90%라지만…투표 참여자는 홍콩인 0.06%

전체 1500석 가운데 ‘비친중파’ 단 1명 추첨 당선

“식민지배 청산 24년, 또 다른 ‘엘리트 지배체제’로 복귀”


한겨레

지난 19일 저녁 홍콩 선거위원회 투표가 끝난 뒤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함을 열어 개표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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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홍콩인이 통치하는 홍콩’ 시대가 끝나고,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 19일 치러진 홍콩 선거위원회 선거 결과는 지난해 6월 말 발효된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만들어낸 ‘달라진 홍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2일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홍콩 시내 곳곳에서 배치된 경찰 5천여명의 삼엄한 경계 속에 지난 19일 치러진 선거위원회 선거의 투표율은 약 90%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은 수치에 불과하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730만여명 홍콩 인구의 약 0.06%인 4380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통과시킨 개정 선거법에 따라 치러진 첫번째 선거다. 홍콩 선거위는 △공·상·금융계 △의료·법률·교육 등 전문직계 △기층·노동·종교계 △입법의원·지역조직 대표계 △홍콩 몫 중앙정부 대표단 및 전국성 단체 홍콩 대표계 등 5개 직군에 걸쳐 40개 세부직군으로 나눠 선출된다.

이번 선거에서 선거위원회 전체 1500석 가운데 3분의 1을 넘는 518석은 투표를 거치지 않고, 후보자 등록·심사 과정에서 해당 세부직군 내부 논의를 통해 선출됐다. 홍콩 몫 전인대 대표와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대의원 190명, 친중파 일색인 현역 입법의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종의 ‘당연직’ 선거위원이다.

나머지 의석은 각 세부 직능 별로 유권자 등록을 마친 단체와 기업 대표자 등 개인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번 선거에선 당연직으로 포함해 모두 1136석이 무투표 당선으로 채워졌다. 5개 직군에 딸린 40개 세부직군 가운데 실제 경선을 거친 것은 13개 직군에 그친다. 경선 대상 선거위원 의석은 364석, 후보자는 412명에 불과했다.

새로 선출된 선거위원 1500명 가운데 ‘친중파’가 아닌 유일한 당선자는 지난 2015년 일찌감치 최대 야당인 민주당을 탈당해 군소정당인 ‘신사유’를 창당한 틱치위안이다. 사회복지 직능에서 출마한 그는 다른 후보자 2명과 득표수가 같아 ‘추첨’을 통해 당선자로 결정됐다.

홍콩 범민주 진영 정치인 대부분이 체포·투옥되거나 출마 자격을 박탈당한 채 치러진 이번 선거에 대해 캐리 람 행정장관은 “향후 두차례 선거의 좋은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랜 기간 중국에 반대하는 사람과 홍콩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 정치권으로 흘러 들었다”며 “이들은 입법회에서 홍콩 정부와 중앙정부에 반대했고, 이를 통해 홍콩의 경제 사회적 발전을 가로 막았다”고 주장했다.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중련판) 쪽도 선거결과에 대해 “따뜻한 축하”의 뜻을 밝혔다. 중련판 쪽은 성명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홍콩이 혼란에서 질서로 나아갔다. 개정 선거법의 우월성과 진보성을 과시한 것으로, 홍콩 특색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다음달 임기를 시작하는 선거위는 향후 치러질 홍콩 선거의 결과를 사실상 좌우하게 된다. 개정 선거법에 따라 권한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오는 12월19일 치러질 입법의원 선거에선 출마 후보자 전원에 대한 지명권이 선거위에 부여됐다. 후보자들은 따로 신설된 후보 검증위원회의 검증도 거쳐야 한다. 범민주파 인사의 출마 자체를 막기하기 위한 ‘2중 자물쇠’다. 전체 입법의원 90명 가운데 40명은 선거위가 직접 선임한다. 개정 선거법은 유권자 직접 투표로 선출되는 지역구 의원 규모를 단 20명으로 줄였고, 나머지 30명은 직능별 비례대표로 채워진다.

선거위는 내년 3월27일로 예정된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후보자 지명권을 행사하는 한편 당선자 확정을 위한 선거인단 구실도 맡게 된다. <홍콩 프리프레스>는 “영국 식민지배를 마감한 지 24년여 만에, 홍콩이 또 다른 형태의 ‘엘리트 지배체제’로 복귀했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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