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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파트값 천정 뚫렸는데 분양가까지 올리나"…무주택자들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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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잠심동 아파트 밀집지 모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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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의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나친 분양가 규제가 민간의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됐다는 인식에서 추진되지만, 결국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 분양을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무주택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나 고분양가 심사 자체를 흔드는 것이 아닌 분양가 산정 과정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차원이라고 정부는 선을 그었지만, 소비자와 시민단체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아파트 공급속도 제고방안'을 발표하면서 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과 분양가상한제 규정 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HUG는 현재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아파트 분양보증을 심사할 때 분양가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식으로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으나, 심사 기준 등이 너무 빡빡해 주택 공급사들로부터 지나치게 분양가를 억제한다는 불만을 들어왔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을 멈추거나 연기하는 건설사나 정비사업 조합도 있어 왔다. 일례로 1만200가구로 단일 단지로는 최대 규모의 둔촌주공은 HUG의 분양가 산정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지금까지 분양 일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해당 단지 주변의 비교 사업장과 인근 시세 중 낮은 가격을 택하되, 분양가가 지역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을 경우 이를 고려해 일부 조정하는 현행 HUG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문제가 됐다. 최근 분양한 사업장이나 준공된 아파트가 없으면 고분양가 심사 가격이 지역 평균에 비해 턱없이 낮아지는 구조다.

이번에 개선하는 분양가상한제 개선은 큰 뼈대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가 마련한 분양가 상한제 제도 개선 내용은 시군구별로 들쑥날쑥한 분양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다. 분양가는 '택지비+건축비+이윤+가산비'를 따져 결정된다. 가산비는 고급 사양과 자재를 사용하면 분양가에 추가하는 건설비다. 그런데 가산비 항목이나 비중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가산 공시비 인정 비율은 지자체에 따라 50%에서 87%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전체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가산비는 전체 분양가의 10∼15%를 차지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가산비를 더 인정받는다고 해도 많아야 평당 수십만 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감정평가를 거친 택지비를 한국부동산원 검증 과정에서 깎는 경우가 많다. 분양가에서 가장 비중이 가장 큰 택지비를 현실에 맞게 인정해야 민간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기존의 지역 모든 사업장의 평균 시세를 반영하도록 돼 있는 것을 단지 규모와 브랜드 등을 고려해 비교 대상을 선별하기로 했다. 비교 사업장 선정 기준도 평가점수의 ±30점 범위 내에서 유사단지를 반영해 왔지만 앞으론 기준을 충족하는 단지가 없으면 점수 범위를 완화한다.

심사 결과 산정된 분양가가 현저히 낮을 경우 지역 분양가 수준을 고려해 주변 시세의 80% 이내 수준에서분양가를 조정하도록 한 규정도 시·군·구 또는 시·도 평균 분양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보다 구체화된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선 가산비 등을 산정할 때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세밀한 심사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평균시세 대신 브랜드 규모 따져 반영


국토부는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재량권을 축소하기 위해 분양가 심사 업무 매뉴얼을 개정해 분양가 심의 기준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건설사 등 주택공급사들은 고급 자재 사용을 이유로 분양가 상향을 요구해 온 반면, 지자체는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높다며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는 실랑이가 벌어져 왔다. 이에 건설사는 정부가 가산비 항목과 적용 비중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국토부는 가산비 책정 기준(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감정평가액으로 돼 있는 택지비 산정 기준을 개선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분양가를 정할 때 인근 지역 모든 사업장의 평균 시세를 반영하던 것을 단지 규모와 브랜드 등을 고려해 비교 대상을 선별하기로 했다. 심사 결과 산정된 분양가가 현저히 낮으면 막연히 지역 분양가 수준을 고려해 분양가를 조정하도록 한 규정을 시군구 또는 시도 평균 분양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구체화했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 체계를 개선하면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은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대도시의 상승의 예상되는데,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HUG의 고분양가 심사가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만큼, 공급난이 심한 이들 지역의 공급 확대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가뜩이나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더 비싸진 집을 분양받아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고민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건설사들이 시세차익을 가져가는 게 말이 되느냐', '정부만 믿고 분양을 기다려왔는데, 분양가가 오르는 것 아니냐' 등의 우려 섞인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무주택자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집값 정상화 시민행동'은 국토부에 보낸 민원을 통해 "분양가가 낮아서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국토부가 분양가를 올려 건설사에 이익을 안겨줄 것이 아니라 낮게 책정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제도 개선방안은 분양가를 올려준다기보다는, 지자체별로 상이한 분양가 심의 기준을 통일하는 등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적용돼 업계의 사업계획 마련에 지장을 주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지, 분양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를 개선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분양가 규제로 민간 공급이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커 '로또 분양'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완화의 수준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든 HUG의 분양가 관리든 지나치게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억눌러 주택 공급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제어한다는 취지와 달리 너무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나게 낮다 보니 수분양자만 이익을 챙긴다는 '로또분양'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분양을 준비하는 단지들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자체가 정부 눈치 보면서 분양가를 제멋대로 산정해 왔는데, 이번에 기준만 살짝 바꾼다고 얼마나 달라질지 의문"이라며 "굳이 분양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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