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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귀신들렸다" 언니 말에 ‘물고문 피살’ 막지 못한 친모 징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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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카를 물고문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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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짜리 조카에게 귀신이 들렸다며 마구 폭행하고 강제로 욕조 물에 집어넣어 숨지게 한 이른바 ‘조카 물고문 살인’ 사건 피해자의 친모가 법정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아이가 이모 부부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피고인이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검찰의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유랑 판사는 16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방조 및 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양쪽 눈에 멍이 든 것을 보고도 아이를 데리러 (언니의) 집에 가거나 치료를 받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우려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멍 발견 시점은 (피고인 주변) 확진자 발생 이후 20일이 지난 시점이었고 밀접 접촉자도 아니었던 점에 미뤄보면 해당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가 귀신에 빙의돼 자해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학대를 방임했다”며 “더욱이 피해자에게 ‘이모의 폭행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이를 감내하게 한 점은 부모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보다 형량을 높여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25일 언니 B(34·무속인)씨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딸 C(10)양의 양쪽 눈에 멍이 든 사진을 전송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로부터 “애가 귀신에 빙의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숭아 나뭇가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복숭아 나뭇가지 한 묶음을 사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C양 사망 전날인 2월7일 B씨와 전화 통화에서 “파리채로 아이를 때렸다”는 등의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C양에게 “이모 손을 닿으면 안 고쳐지는 것이 없다”고 다독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이런 말을 할 때 C양의 건강은 이미 크게 악화한 상태였고, C양은 다음 날 B씨 부부에 의해 욕실로 끌려가 물고문 행위를 당한 끝에 숨졌다. B씨 부부는 지난달 13일 1심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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