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무장관 대행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카불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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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테러단체의 근거지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탈레반은 그러면서 아프간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교부 장관 대행은 14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어느 누구, 어느 단체도 우리 영토를 다른 나라 공격에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협정을 준수하겠다고 아프간 과도정부 인사 중 처음으로 확약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탈레반은 알카에다는 물론 다른 테러단체들과도 관계를 끊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근거로 미군이 철수에 합의했다. 탈레반은 집권 1기(1996~2001년)에는 알카에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탈레반이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에게 피난처를 제공한 것이 20년 아프간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고 있다. 스콧 베리어 미 군사정보국(DIA) 국장은 이날 연례 정보·국가안보서밋에서 “보수적으로 잡아도 알카에다가 1~2년 안에 세력을 재건해 미 본토를 위협할 정도의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코언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도 이날 “알카에다가 아프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아프간 내 알카에다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알카에다는 이미 쇠락했고 현재 미국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테러단체는 이슬람국가(IS)인데 탈레반은 이들과는 적대적인 관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탈레반은 IS가 2014년 아프간에 등장했을 때부터 대결해왔다. IS도 미국과 협상하는 탈레반을 타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무타카 장관은 여성과 소수인종을 포함하는 포용 정부를 언제 구성할지에 대해서는 “조만간 결정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선거를 치를 계획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다른 나라들이 아프간 내부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국제사회에 원조 재개를 요청하며 미국의 제재에 불만을 드러냈다. 무타카 장관은 “아프간은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이며 특히 교육·보건·개발 등의 분야에서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국제사회는 아프간 지원을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지막 한 사람이 대피할 때까지 미국을 도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우리에게 감사하는 대신 우리 자산을 동결했다”며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관대함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총생산(GDP)의 40%를 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아프간의 경제 상황은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국제사회가 원조를 중단하면서 무너져내리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산을 동결했다. 아프간 측 자산은 90억달러로 이 가운데 70억달러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B도 아프간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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