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아프간 문제 두고 팽팽하게 맞서
블링컨 "10년 더 주둔해도 적성국만 좋아할 것"
지난달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미군 낙하산 부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뒤로는 미군 소속 C-130 허큘리스 수송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보인다. 미 국방부 제공·카불=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미국이) 탈레반에 무조건 항복한 것”
마이클 매콜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철군은) 불명예”
스티브 섀벗 공화당 하원의원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아프간 내 미군 철수에 따른 혼란과 희생을 두고 거센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공화당은 철군을 ‘완전한 재앙’ ‘배신’으로 규정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반면 민주당은 “철군은 불가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전략부재 탓”이라고 팽팽하게 맞서면서 지난달 말 아프간 철군 때 빚어진 혼란상이 의회 공방전으로 그대로 옮아붙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하원 외교위는 아프간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다. 철군 완료 후 의회에서 열린 첫 청문회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화상으로 출석했다. 예상대로 야당 공화당은 △철군이 끝나기도 전에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점 △민간인 대피 과정에서 대혼선이 발생한 점을 고리로 거센 공격을 펼쳤다. 조 윌슨 공화당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정부의 급속한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고, 모든 미국인이 8월 31일 이전에 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하지 못했다”며 “지난 7월 정부의 바그람 공군기지 폐쇄 결정은 미군 13명이 숨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블링컨 장관을 향한 맹공도 이어졌다. 스콧 페리 의원은 국무부와 의회 거리가 5㎞에 불과한데도 장관이 의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블링컨을 해고하라’는 헤드라인이 적힌 성명을 내고 그의 약한 리더십이 미국인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민주당과 블링컨 장관은 책임의 화살을 전 행정부로 돌렸다. 블링컨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5월 1일이란 철군 시한을 물려 받았지만 철군 계획은 물려받지 못했다”며 “이 시한 때문에 ‘잔류’와 ‘철군’ 중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치밀한 계획 없이 후임 행정부에 떠넘기면서 발생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3일 워싱턴 국회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는 또 미국이 10년을 더 머무른다고 해서 아프간 자립이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호소하면서, 철군 결정 과정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과 사전 협의했고 만장일치 찬성을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서는 “중국, 러시아 같은 전략적 경쟁자나 이란, 북한 같은 적성국은 미국이 20년 전쟁을 다시 시작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간 수렁에 빠지는 것보다 좋아했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철군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가장 비관적 평가조차 미군이 철수를 완료하기도 전에 아프간 군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음은 인정했다.
민주당은 “질서 있는 철군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블링컨 장관에 힘을 보탰다. 하원 외교위원장인 그레고리 믹스 민주당 의원은 (공화당이) 바이든의 아프간전 종전 약속 준수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놀랍다며 “이들은 실현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우리는 국내 정치가 외교 정책에 주입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나는 깔끔한 철군 옵션을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면 이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엄호했다. 같은 당 브래드 셔면 의원도 트럼프 행정부가 철수 계획이나 대피 대상 아프간인의 목록을 갖고 있었냐고 질의하면서 “아무 계획이 없었다. (철군이) 훨씬 더 나쁘지 않았던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카불공항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질서 있고 성공적인 대피는 있을 수 없다고 방어했다.
상원 외교위도 14일 청문회를 예고한 상태인 만큼 아프간 철군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공방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