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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바이든의 대테러 전략 '오버 더 호라이즌', 오폭 문제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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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시민들이 12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로건스포트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대피 작전에 투입됐다가 자살 폭탄 테러로 전사한 미군 13명 가운헤 한명인 해병대원 움베르토 산체스의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다. 로건스포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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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에도 계속하겠다고 다짐한 테러 조직에 대한 대응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아프간 대피 작전 막바지인 지난달 말 카불에서 단행한 무인 공격기(드론) 공습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다수를 희생시킨 오폭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원거리 정밀 감시 및 타격 능력을 수반한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 작전으로 지상군 투입 없이도 테러 조직을 억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폭 논란으로 이 작전에 대한 회의적 견해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봄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테러 조직 억지 전략으로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을 앞세웠다. 지평선 너머 먼 곳에 있는 타깃을 고도의 감시망과 드론을 포함한 정밀 공격 수단으로 타격한다는 개념이다. 지상군 투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목표물을 핀셋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적대 국가 요인 암살 등에 자주 활용하고 있는 작전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의회에서 “우리가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오버 더 호라이즌으로 많은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7월 국무부와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 능력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중동 지역에 항모타격단과 여러 시설이 있기 때문에 필요시 아프간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드론 공습으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고위급 2명을 제거했다. 전형적인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으로 전날 카불 공항 입구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한 대응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마지막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극악무도한 공격에 연루된 이들이 누구든 계속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작전은 오폭의 위험성을 포함한다. 정밀한 타격을 한다고 하지만 테러 조직과 무관한 민간인이 희생될 위험이 있고, 역정보나 부정확한 첩보를 믿고 공습에 나섰다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미군이 낭가하르주 공습 다음날 카불에서 단행한 드론 공습이 이에 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차량 운전자가 미국 구호단체를 위해 일한 현지인으로 테러와 전혀 무관한 인물로 드러났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미군은 이 남성이 차량으로 폭발물을 운반하고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차량 트렁크에 실려 있던 물건은 물통이었다는 것이다. 이 남성이 차를 몰고 카불 공항 가까운 곳에 있는 집 마당에 도착했을 때 미군 드론이 차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해 어린이 7명을 포함해 10명의 아프간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미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이 아프간에서 사용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우려가 고조돼 왔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12일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팀이 지난달 27일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에 대해 전화 브리핑을 했는데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능력이 주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예멘, 소말리아,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이곳에는 현지 첩보 네트워크, 인접한 공군 기지, 현지 협력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아프간에는 이 세가지 중 하나도 없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미군은 물론 외교 인력과 중앙정보부(CIA) 등 정보 인력까지 모두 철수시킨 상태다. 아프간에서 다급하게 철수하면서 첩보 능력이 90% 이상 붕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아프간을 공습하려면 중동에서 공격기가 이륙해야 하며, 테러 조직 동향에 대한 첩보는 탈레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한계를 지적하면서 “테러리즘 불씨에 기름이 끼얹어진 상황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계획이 있기는 하느냐”라고 바이든 정부를 질타했다고 한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악시오스에 “만약 오버 더 호라이즌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라크와 시리아에 이슬람국가(IS)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아프간에서 테러 조직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버 더 호라이즌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오폭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면 반미 감정이 높아지면서 되레 테러 조직에 대한 지지 여론만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테러 조직에 대한 응징을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바이든 정부를 두고두고 괴롭힐 딜레마다. 아프간 지역을 담당하는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 4월 의회에서 철군 이후 아프간에서 오버 더 호라이즌 작전을 진행하는 데 대해 “결코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실행하기가 극히 어렵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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