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에 대해 경찰이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집회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던 태도와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서다.
부산 자영업자들은 8일 오후 11시쯤 차를 몰고 부산시청으로 향했다. 차량에는 ‘이제는 거리 두기 보이콧(BOYCOTT), 위드(WITH) 코로나’ ‘집합금지 즉각 철회하라’ 등 내용이 적힌 깃발과 현수막이 걸렸다.
안모(43)씨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을 지키면서 시위했는데 경찰이 중간중간 차량 흐름을 끊고, ‘자정이 지나면 불법시위로 처벌받는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며 “이 때문에 차량 정체가 생기면서 택시기사들이 곳곳에서 욕을 하는 등 불만을 쏟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상전처럼 대하면서 자영업자는 만만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산 경찰 관계자는 “자정까지 부산시청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집행부뿐 아니라 시위 참가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며 “불법행위를 우려해 엄정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영업자 시위에 대한 경찰의 처벌 경고는 엄포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7월 서울 도심 차량 시위를 주최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기홍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 공동대표를 8일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집합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7월 14~15일 여의도공원과 혜화역,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야간 차량 시위를 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8일 차량 1000대가량을 동원해 시위에 나선 서울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도 “채증 자료를 분석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처벌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양화대교 북단 등에서 시위 차량들을 검문하기도 했다. 서울 시위 참가자들은 강변북로에서 한남대교를 지날 때 시속 20~30㎞로 서행하며 항의했고, ‘자영업자가 보내는 SOS 신호’라며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반면에 경찰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여러 차례 서울 도심 등에서 집회를 연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노동절 대회’를 열었고 6월에는 ‘택배 상경 투쟁’ 등을 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막 시작됐던 7월 3일에는 조합원 8000여 명이 서울 종로 거리 일대에서 집회를 열었고, 7월 23일과 30일에도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지난달에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통제센터를 점거 농성하고 1000명 이상 모여 세 차례 불법 집회를 열었으나 경찰은 강제 해산하지 않았다.
김순기 자대위 대전지부장은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면서 자영업자 집회엔 가혹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며 “먹고살기 어려워 할 수 없이 거리로 나온 건데 너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김방현·김지혜·신진호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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