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새 지도부 수장엔 ‘경량급 인사’ 내정
지난 2019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그려진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데쓰 추모 벽화. 현재는 이 벽화가 지워지고 탈레반 통치를 찬양하는 문구가 새겨졌다. /교도통신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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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 활동을 펼치다 총격으로 숨진 일본인 의사의 추모 벽화가 지난달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지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물화나 조각 등에 대해 이슬람 교리와 맞지 않는다며 금기시해온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탈레반에 의해서 최근 훼손된 나카무라 데쓰의 추모 벽화.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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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본 NHK방송은 카불 중심가에 있었던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데쓰의 대형 추모 벽화가 흰색 페인트칠로 덮였고, 그 위에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여, 독립을 축하한다’ ‘우리는 미국을 타도했다’ 등의 탈레반 찬양 문구가 적혔다고 보도했다. 이 벽화는 2019년 나카무라가 괴한 총격으로 숨지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현지 시민단체가 그린 것이다. 일본 국기를 배경으로 나카무라의 옆모습과 매화꽃 그리고 그를 기리는 시가 적혀 있었다.
나카무라는 1984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부근에 위치한 페샤와르 병원에서 의료 활동을 시작했다. 2000년에는 우물 파기, 2003년에는 수로 건설을 시작하는 등 아프가니스탄을 위한 인도적 활동을 벌여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賞)을 받았고, 2018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로부터 명예시민권을 받았다. 그의 구호 활동을 기록한 서적 ‘의술은 국경을 넘어’는 2006년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그는 2019년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잘랄라바드의 숙소에서 20㎞ 떨어진 관개공사 현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무장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한편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간 새 정부의 수반으로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내정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하산은 탈레반의 본거지인 칸다하르 출신으로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 때 외무장관과 부총리를 맡았던 인물이다. 행정 경험은 있지만 예상보다 중량감이 덜한 인사가 낙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역 세력 간의 느슨한 연대 형태로 구성된 탈레반의 정부 구성 논의 과정에서 각 정파들이 이견을 좁혀가며 타협한 결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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