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물가상승률 2%대 기정사실화
정부 물가관리 좀처럼 먹히지 않아
전문가 “지원금, 물가자극 가능성 높아”
당초 정부는 연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입장이었으나, 현시점에서 2%대 상승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2%대로 올라서게 된다. 문제는 물가가 오를 대로 올랐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많지만 정부 대책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월부터 3월까지는 0.6∼1.5%에서 움직였으나 4월 이후에는 2.3∼2.6%로 ‘퀀텀 점프’했다.
지난달 물가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5.6%,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료가 2.9%, 교통비가 8.2%, 주택·수도·연료비가 2.3% 뛰었다.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38개 OECD 회원국 중 터키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이고 국내 2분기 기준으로 봐도 10년 만의 최고치다.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에 약간 선행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7월까지 9개월째 올랐다. 지난 4월 전년 동월대비 6.0% 뛴 생산자물가지수는 5월과 6월엔 6.6%로 상승폭을 키웠고 7월엔 7.1%로 오름세가 더 가팔랐다.
이처럼 물가가 치솟은 것은 수요와 공급 쪽에서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에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는 분위기에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농·축·수산물의 생산원가가 뛰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추석을 앞두고 풀릴 11조원의 국민지원금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국민지원금은 소비 부양을 겨냥한 것이어서 경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추석 전후로 지출이 몰릴 경우 물가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달에 국민지원금이 풀리면 이전소득 증가로 가계 소득이 많이 늘어 추석 호주머니 사정은 펴겠지만, 이게 물가를 밀어 올리면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생활은 다시 궁색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가파른 물가 상승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한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은은 연내 한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10월이나 1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물가대책의 패러다임이 바꿔야한다고 조언한다. 소비자들이 이미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단기 대책의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과도한 시장개입보다는 공급주체의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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