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시위 중 탈레반 측 제지에 부상을 입은 아프간 여성의 모습. /@AdityaRajKaul 트위터 |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에 나서자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경고 사격에 나서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앞서 탈레반은 여성 인권 탄압의 대명사로 불렸던 옛 모습에서 변화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여성들을 향한 무력행사가 계속되면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4일(현지 시각) 톨로뉴스와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최루탄과 공포탄을 발사하며 여성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은 탈레반 조직원에게 폭행당하기도 했다.
탈레반 세력에 억압받는 여성들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오른쪽은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의 얼굴.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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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성들의 시위는 지난 2일 서부 헤라트에서 시작됐다. 여성 50여명이 거리로 나와 현수막과 팻말을 들었다. 일부는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 없이 얼굴을 드러냈으며 선글라스를 쓴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 일할 기회 그리고 안전을 보장하라”고 탈레반에 요구했고 같은 여성들에게는 “겁내지 말자, 우리는 함께 있다”고 외쳤다. 또 팻말에는 “내각에 여성을 포함하라” “자유는 우리의 모토” “여성의 지원 없이는 어떤 정부도 안정적이지 못할 것” 등의 문구가 적혔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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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는 AFP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여성의 권리를 지켜달라. 새 정부에 여성도 참여 시켜 달라”며 “지난 20년간의 진전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우리의 딸이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부르카 착용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프간 여성들의 용감한 움직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개된 영상에는 총을 든 탈레반 조직원 앞에서도 팻말을 높이 드는 여성, 최루탄 연기에 콜록이면서도 확성기에 구호를 외치는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탈레반이 이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거나 폭행하는 장면은 찍히지 않지만, 일부 게시물에서는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여성의 얼굴이 나오기도 했다.
거리 시위에 나선 여성들이 최루탄 가루에 코와 입을 막으며 콜록이고 있다. 탈레반 조직원들은 현장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막았다. /트위터 |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당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엄격한 사회 통제를 시도했었다. 특히 여성은 취업과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고 남성 없이는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탈레반 조직원과의 강제 결혼도 흔히 일어났다.
이번에 새롭게 정권을 잡은 탈레반은 지난달 16일 여성들의 인권 보장을 약속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인터뷰까지 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있고 취업에도 제한을 뒀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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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뉴스 소속 여성 앵커로 탈레반 간부와 첫 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베헤슈타 아르간드도 탈출 후 가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세력이 톨로뉴스 경영진에 ‘여성 직원은 모두 히잡을 쓰게 하라’ ‘여성 앵커들은 일하지 못하게 하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탈레반 조직원들이 현지 광고판 속 여성의 얼굴을 지우고, 부르카 없이 외출한 여성을 총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들의 약속이 보여주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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