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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겨울·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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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 겨울 = 브렉시트 이후 영국 사회의 변화를 담아낸 '사계절 4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영국 문단에서 독창적 영역을 구축한 앨리 스미스의 사계절 4부작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겨울' 편에서 주인공 소피아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 여성 사업가이지만, 아들 아트와는 다소 소원한 사이다. 어느 날 신경 쇠약증에 걸린 소피아의 눈에는 어린이 모습의 유령 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트는 반려자를 약속한 사람과 함께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어머니를 만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별하는 바람에 우연히 만난 이십 대 초반 여성 럭스에 가짜 반려자 행세를 맡기고 함께 어머니 소피아를 찾아간다. 럭스는 소피아의 상태가 심각한 점을 알아차리고 소피아의 언니 아이리스를 데려오자고 제안한다.

소피아와 아이리스는 정반대 성향을 지닌 자매로,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왔다. 소피아는 냉철한 사업가이고, 아이리스는 사회 참여 운동과 정치 캠페인을 해왔다. 그런데 우연히 성탄절을 함께 보내게 된 네 사람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작가는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에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이들의 대화를 통해 다룬다. 인종 갈등부터 남녀 간 대립, 성 소수자 문제에 이르는 다양한 이슈를 섬세하게 짚어본다. 이런 문제들은 물론 영국만의 것이 아니라 지구촌 모든 나라에서 겪거나 겪기 시작한 사회적 현상이다. 이예원 옮김.

민음사. 484쪽. 1만7천 원.

연합뉴스


▲ 예언자와 보낸 마지막 하루 =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은 손홍규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한 세기가 넘는 근현대사를 작가는 결정적 분기점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네 가지 대상의 역사로 요약한다.

작가의 역사관에서는 동학 운동과 농민 봉기를 이끈 전봉준, 완전한 사회주의 한반도를 꿈꿨지만, 김일성에 의해 우선 숙청된 박헌영,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그리고 침몰한 세월호가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그는 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날과 세월호가 침몰한 날, 즉 이들 대상의 마지막 날을 소설로 옮겼다. 각 장의 소제목은 실제 연월일을 사용했다.

서울로 압송돼 사형을 기다리는 전봉준, 감옥에 갇혀 역시 죽을 날을 기다리는 남로당수 박헌영, 검찰 수사를 받고 온 뒤에 집 근처를 서성이던 노 전 대통령, 그리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려고 여객선을 타러 가는 고등학생의 모습을 작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복원한다.

손홍규는 "역사가 되고 있는 사람이나 사연을 다루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기록하는 게 역사라면 우리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를 기억하는 건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이 들면 그들은 내게 예언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이 소설은 가까스로 기억해 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문학사상. 396쪽.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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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호러 코미디다.

여전히 공동체적 가치를 지켜오던 1990년대 미국 남부의 오래된 마을을 배경으로 연쇄 살인마나 다름없는 한 뱀파이어가 사람들의 유대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이를 감지한 주민들이 어떻게 이를 저지하는지를 때로는 무섭고 때론 유쾌하게 그려냈다.

심심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시골 마을에서 북클럽을 만들어 밤마다 미스터리 호러 소설을 읽는 다섯 명의 주부가 악의 화신과 맞서 싸우는 모습이 흥미롭다. 뱀파이어 제임스가 멋진 외모와 재력, 지성과 매너를 무기로 여성들을 이간질하고 공포를 통해 교란하는 방식도 새롭다. 강아름 옮김.

문학동네. 668쪽. 1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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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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