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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당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의 자녀를 부모와 격리하는 정책을 실행합니다. 비인도적인 조치로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듣지 않았죠. 그러면서 트위터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반이민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독일처럼 범죄율이 크게 올라간다고요. 거기다가 덧붙여서 이민자들이 독일의 문화를 폭력적으로 바꾸고 있다고도 했어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즉각 반박을 했습니다. 길게 답하지도 않고 통계를 보라고만 응수했죠. 통계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독일의 범죄는 전년보다 9.6% 줄었고, 비독일인이 저지른 범죄도 22.8%나 줄었다." 트럼프의 주장과는 다른 수치입니다. 지난주 마부뉴스에서 다룬 난민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의견을 주었습니다. 난민을 두고 오가는 여러 가지 주장에서 인용하는 데이터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난민은 정말 범죄를 더 저지를까요?"
독일의 범죄는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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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독일의 난민 상황을 살펴볼게요. UN 기준으로 2020년 독일의 난민 규모는 121만 명 수준입니다. 2015년 중동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대규모 들어올 때는, 그 규모가 매년 4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죠. 독일은 난민뿐만 아니라 이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인구 4명 중 1명이 이주배경이 있는 인구로 조사될 정도입니다. 2040년이 되면 이 인구가 독일 전체의 35%에서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난민과 이민을 많이 받는 이유는? 독일이 늙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찍이 독일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거든요.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출산율은 늘지 않고 정체 중이고, 기술은 발전하면서 고령의 인구는 늘어나지... 독일 경제의 활력이 줄어든 겁니다. 경제 생산 인구의 비율이 줄어들게 되니 경제를 위해서는 젊은 노동자가 필요했던 거고, 그걸 이민자를 통해 충당하려 했던 거죠. 거기에 2차 세계대전으로 씻을 수 없는 원죄라고 해야 할까요? 나치 독일의 역사를 반성하는 의식도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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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말 난민을 많이 받으면서 독일의 범죄가 늘어났을까요? 독일 연방 형사청의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독일의 범죄자와 범죄건수를 그려본 자료입니다. 대규모 난민 이동이 시작된 2015년을 보면 범죄자수가 확 늘고 전체 범죄 건수도 증가합니다. 특히 외국인 범죄자의 증가가 눈에 띄는군요. 유입된 외국인 수 자체가 늘어나서 외국인 범죄자가 늘어날 수도 있으니 인구 대비 비율로도 봐 보겠습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가운데 외국인 범죄자수의 비율을 보면 2014년 7.6%에서 2015년 10.0%로 증가합니다. 난민이 속해있는 이민자의 비율로만 좁혀보면 2014년 12.3%에서 2015년에 21.7%로, 그리고 2016년엔 27.2%로 늘어났어요.
하지만 매년 독일이 수용하는 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범죄건수와 비율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난민이 범죄를 더 일으킨다면 범죄건수가 증가해야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그렇지 않죠. 2020년 독일의 범죄건수는 1992년 이후 최저 수치일 정도니까요. 외국인 인구 대비 외국인 범죄자수 비율 역시 2015년 10.0%로 피크를 찍고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2020년엔 그 비율이 5.8%까지 내려왔고요. 난민 범죄자수 비율 역시 2016년 이후 매년 감소하는 중입니다. 다만, 강력범죄 등 주요 범죄 유형별로 범죄자수 비율은 연방 형사청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Q. 난민이 정말 경제에 도움이 될까?
일찍이 난민과 이민자 문제를 다뤘던 유럽의 연구 결과로 살펴보면, 난민을 받은 유럽 국가는 3~5년 뒤에 GDP가 증가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끌레르몽 오베르뉴 대학의 국제개발연구센터, 낭테르 대학의 경제분석연구소 경제학자와 수학자들이 EU와 OECD의 1985년부터 2015년까지 3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본 건데, 결과는 난민은 국가 경제에 플러스 요소라는 거죠. 1인당 국내 총생산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세수도 1%가량 늘었습니다. 난민 대부분이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라서 고령화로 인해 부족해진 산업 인력을 채워주고, 현지인이 하기 싫어하는 업종에 투입되면서 실업률을 소폭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하네요.
난민 공포는 극우 정당을 살찌운다
2016년 독일 쾰른에서는 난민에 의한 집단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난민을 환영했던 독일 여론이 이 사건 이후, 확 돌아서게 되죠. 난민으로 위장한 파키스탄인이 열차에서 도끼 테러를 하기도 했고, 뮌헨의 쇼핑센터에서 총격사건이 나기도 했습니다. 난민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증가하자 난민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이슬람은 독일의 일부가 아니다"라는 강령을 채택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당입니다. 난민에 대한 공포와 혐오 정서가 확산되면서 세를 늘린 AfD는 2017년에 치러진 독일 연방 하원 선거에서 13.0%의 득표율로 원내 3당을 차지해버립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정당으로는 최초로 의회에 진출하죠.
유럽 전체에서 극우 정당의 세력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과거 나치즘을 표방했던 스웨덴민주당(SD)은 반이슬람과 반난민을 내세워 2018년 총선에서 제3당의 자리를 차지했고, 프랑스의 국민연합(RN)도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급성장을 했죠. 2019년에 구성된 유럽의회에서 극우 정당들의 약진으로 EU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정도입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난민은 위험하고, 범죄를 더 저지르며 우리 삶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겁니다. 트럼프의 논리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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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난민을 많이 받은 독일의 데이터로 살펴봤듯이 난민 유입 초기 혼란한 상황에서 범죄수는 증가했지만,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의 정부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숫자를 바로잡고 있지만, 여전히 극우단체는 난민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조장해서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려 합니다. 난민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코로나19 이후 난민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자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긴 한데,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대탈출이 있으면서 다시 또 약진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착을 방해하는 혐오 범죄
유럽경제정책연구소에서 스위스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어렸을 때 전쟁이나 대량학살을 겪은 난민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범죄에 관여될 가능성이 35%가량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난민재정착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범죄 연루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죠. 특히나 경제적으로 자립이 이뤄진다면 가장 효과가 높습니다. 난민의 연착륙을 위해선 난민 재정착을 성공적으로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독일의 범죄 그래프에서 유입 초기에는 외국인 범죄가 늘어났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도 난민재정착의 효과로 설명할 수 있겠죠.
문제는 재정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를 이용해서 난민들을 향한 범죄가 끊이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난민 수용소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들이 연이어 발생했고, 2017년 당시 독일에선 하루 10번 꼴로 난민에 대한 물리적 폭행과 혐오 발언 등의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2018년 이탈리아에선 신나치 당원이 지나가던 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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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일단 격리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당장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 때도 파키스탄과의 접경지대에 조성된 임시 캠프에 많은 난민들이 피해있고, EU도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에게 재정 지원을 해주고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난민을 차단할 거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꾸려진 임시 캠프는 많은 난민들이 과밀집 되기 쉬워서 상당히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과 비누가 부족해 당장 코로나19 예방조차 힘든 상황이니까요. 2019년 UN 난민기구를 통해 재정착이 긴급하게 필요한 140만 명의 난민 중 재정착을 끝낸 난민은 6만여 명에 불과합니다.
다시 대한민국과 난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1명이 대한민국에 입국했습니다. 정부는 이 분들에게 난민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하죠. 특별기여자가 입소하게 될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는 환영의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난민을 맞이한 진천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 진천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진천몰에 시민들의 구매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고요. 난민을 향한 우려와 공포보다는 그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 수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기여자 중에 탈레반과 연계된 자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겠냐며 수용을 중단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으니까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독일과 유럽의 난민 정책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난민은 사회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는 사람들인 걸까요? 여전히 난민 수용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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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안혜민 기자(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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