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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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직장을 오가는 신모(39)씨는 요즘 부쩍 오른 석유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 신씨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 달 기름값 지출이 15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20만원”이라며 “출퇴근 거리가 짧아 다른 사람보단 적게 들긴 하는데, 석유값이 더 오른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2% 넘을 듯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2%대를 이어가고 있다. 2%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렇게 오래 이어진 것은 2017년 1~5월 이후 4년 만이다. 연간으로 보면 9년 만에 2%대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올해 남은 기간 물가를 끌어올릴 이른바 ‘상방 요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올랐다.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줄곧 2% 이상 상승해 왔는데, 지난달 기록한 2.6%는 5월과 7월에 이어 연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물가상승률의 절반 이상은 먹거리와 기름값이 끌어올렸다. 통계청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공급 측면의 대표적 요인인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2.6%) 중 1.48%포인트를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7.8% 올랐다. 농산물에서는 채소류 가격이 -11.5%로 하락했지만, 과실류 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27.0% 상승했다.
정부가 집중 관리에 들어간 달걀 가격도 지난해보다 54.6% 비싸다. 다만 전달과 비교하면 -1.5%로 지난 4월(-0.7%) 이후 넉 달 만에 하락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여파에서 서서히 회복하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기름값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 가격은 3.2% 상승했다. 2012년 5월(3.5%) 이후 9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20.8%, 23.5% 급등했다.
소비자물가 품목별 등락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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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는 기업 생산비용을 높이고, 이는 재화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물가도 올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L당 평균 1643.0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1317원)와 비교해 24.8% 올랐다. 통계청 ‘품목 성질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6% 올랐다. 전 품목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유가 상승과 함께 더 커진 집세 부담도 두드러진 모습이다. 전체 집세는 1.6% 올라 2017년 8월(1.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월세 상승률이 0.9%로 2014년 7월(0.9%) 이후 7년1개월 만에 최대였고, 전세도 2.2%로 2018년 1월(1.1%)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1~8월 누적 물가상승률은 2.0%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전년 동월 대비 2% 이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해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넘기지 않을 수 있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경제 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은 2.1%로 수정했다.
한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올해 남은 기간 물가 잡기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통상 추석에는 소비가 늘어나는 등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는 데다 올여름 폭염과 때늦은 가을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또다시 들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성수품 공급 등으로 공급 측의 상방 요인을 억누르고는 있어 물가 급등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게다가 오는 6일부터 시작하는 5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물가 상승 압력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산업 경기가 개선 흐름을 보이지만, 대면 서비스업 등이 부진해 업종별로는 온도 차가 있다”며 “이번 재난지원금이 어떤 업종에 사용되는지에 따라 물가를 자극하는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추석 앞 성수품 공급량 확대”
먹거리와 기름값, 재난지원금과 추석 등 일시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기조적인 고물가 흐름은 결국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한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기조적 물가의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8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올라 2017년 8월(1.8%) 이후 최대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추석을 앞두고 서민 생활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 수급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주요 성수품의 하루 평균 공급 물량을 평상시보다 1.4배로 늘렸다. 달걀의 경우 9월에 1억 개를 수입해 공급하고 소·돼지고기 공급·수입도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임성빈·조현숙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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