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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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이 충돌했다. “의회와 협의하지 않고 졸속 예산을 책정했다”는 장 의장의 지적에, 이 지사는 “의회 유일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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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국 “일방적인 졸속 예산 편성 문제 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31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발생했다.
먼저 장 의장은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경기도가 추진하는) 소득 상위 계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경기도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발표하기까지 의회와 논의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며 “도의회 대표단의 제안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의회 일부의 의견일 뿐 의회가 논의하고 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 지사가 최근 민주당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도의회 의장은 회의를 진행하는, 개인 의원”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생방송 토론회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방자치의 한 축인 의회 수장을 단순한 사회자로 표현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기도의회 장현국 의장이 ″경기도가 의회와 상의없이 독단적으로 전 도민 재난지원급 지급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기도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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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장은 “의회의 의사결정은 상임위와 본회의 의결로 이뤄지는데 교섭단체 대표단의 제안만으로 결정이 된다면 이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부정”이라며 “4158억원이던 추가 지급 재난지원금 예산을 며칠 뒤 6348억원으로 증액해 수정한 것은 기본적인 자료 파악이나 분석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그는 “추경안에 대해 어느 때보다 면밀한 분석과 심의가 필요하다”며 “절차적 정당성 없는 일방적인 결정과 의회와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발언에 대한 이 지사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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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장은 중립적 의무 지킬 필요 있다”
장 의장의 이례적인 지적에 이 지사도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 전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사는 “의회와의 사전 협의는 의무가 아닌 원활한 도정을 위한 협조 사항”이라며 “집행부로서 도의회의 유일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협의했다. 의회와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도 (의견을) 조정할 뿐 국회를 대표해 의견을 말하진 않는다”며 “의장은 (의회 교섭단체인) 민주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고, 투표로 선출됐으니 최소한 정책이나 다른 입장에 대해 중립적 의무를 지킬 필요가 있다. 이게 회의체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재명 지사를 규탄하는 피켓시위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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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 예산이 며칠 만에 증액된 것에 대해서도 “추정치를 가지고 예산안을 편성했고 심의 과정에서 대상자가 추가될 수도 감소할 수도 있다”며 “정부가 전국 단위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대상자 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대상자를 모두 선별한 상태에서 지원했다면 좋았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정부 지원과 동시에 집행하기로 하면서 예산 편성을 서둘러 발생한 일”이라며 “경중 선후에 관한 선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의 답변에 장 의장은 “민주당이 유일 교섭단체인 것은 맞지만, 제안한 것은 민주당 대표단이었다”며 “국회와 달리 경기도의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의장이 의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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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 처리 논란 박근철 대표의원 징계청원 접수
임시회를 앞두고 열린 의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박근철 의회 대표의원 등이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이 지사에게 건의한 기자회견의 적절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임시회 전 열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경기도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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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원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 ‘의회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먼저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는 의회가 정한 절차뿐만 아니라 법치주의마저 훼손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대표 의원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며 대표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박 대표는 “의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재난지원금 지급 제안 철회는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원회를 통해 논의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당 대표로서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지난 재난지원금 정책제안 기자회견으로 중앙당에 징계청원이 접수된 상황이라 앞으로의 거취는 중앙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의회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임시회에서 전 도민 재난지원금 예산이 포함된 2021년 3회 추가경정 예산안 등을 심의한다.
경기도는 당초 정부의 재난지원금에서 제외되는 경기도민을 경기도 인구의 12%인 166만명으로 계산해 관련 예산으로 4158억원을 편성해 지난 20일 도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 추산 결과 소득상위 12%에 해당하는 도민이 254만명으로 집계돼 2190억원이 증액된 6348억원을 수정 편성한 상태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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