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출 수요 줄이는 효과 있지만 제한적"
차입 비용 증가 < 자산시장 기대수익률
금융당국 "대출죄기 변함 없다"...한계차주 예의주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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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가계부채가 1800조원이 넘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일부 대출 수요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차주의 금융부담 증가에 주의해야 하는 과제도 생기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 방향회의를 통해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5월 0.5%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는 15개월 만에 금리동결 행진이 끝났다. 인상 자체로는 2018년 11월 인상(1.50→1.75%) 이후 2년 9개월(33개월) 내 처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수요는 일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대출이라는 상품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이기 때문이다.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 수요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가계부채(한은 가계신용기준)는 2분기 말 1805조9000억원까지 불어나 전 분기 말 대비 41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38조6000억원 증가했고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 등 외상 구매) 잔액은 100조6000억원으로 2조7000억원 늘었다.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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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게 잡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인상폭이 제한적이라 늘어난 차입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자산시장의 가격 상승 기대감을 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자금이 대부분 자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추가 이자부담보다 자산시장의 기대수익률이 휠씬 큰 상황”이라며 “다만 금리 방향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는 시장에 주는 시그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보다 도움은 되겠지만 상승폭도 실제 크지 않아서 가계부채 자체를 제어하긴 힘들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중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 있고 (그에는) 유동성 이슈도 있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 관련 이슈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교정되지 않은 채 있어 그에 따른 (가격) 상승 부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준 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됐다면 대출 금리 인상폭이 줄 수도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25일 0.825%에서 지난 25일 1.435%로 0.61%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자금조달지수)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 7월 0.95%를 기록, 1년 전 0.81%에서 0.14%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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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점도 대체로 비슷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소위 금융 불균형 해소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0.25%포인트 인상은 충분하지 않다”며 “다만 한은은 다른 매크로(기시경제)도 봐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한은 결정은 존중한다”고 말했다.
금융불균형은 저금리에서 많은 돈이 위험자산쪽으로 흘러들어가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자산 가격 상승 등이다.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관리 속도 조절 가능성에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정도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가 확 잡힌다면 당국의 관리가 필요 없겠지만, 그렇게까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가계부채 관리 모드에 영향이 어느정도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한계차주의 금융부담이 불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변동 금리 차주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시장의 초과 자금수요를 조절하는 긍정적 영향과 가계 금융부담이 늘어나는 부정적 효과가 동시에 있을 것”이라며 “향후 가계자금 수요와 금융비용 부담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지난해 4분기말 기준으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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