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참사람·미국외교는 도덕적인가
'루쉰전집' 번역에 참여한 중국 현대문학 전공자인 홍석표 이화여대 교수가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이육사(1904∼1944)의 중국 문학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한중 문예 교류 양상을 분석했다.
이육사는 루쉰(魯迅)이 세상을 떠난 1936년 추도문을 발표했고, 루쉰이 쓴 단편소설 '고향'을 번역했다. 이듬해에는 소설적 서사구조를 갖춘 작품 '문외한의 수첩'과 '황엽전'을 선보였다.
저자는 이육사가 '고향' 일본어 번역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데 대해 "중국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심각하게 분석한 바 있는 이육사에게 그러한 현실을 가장 '리얼'하게 묘사한 '고향'은 루쉰 문학의 대표작으로 먼저 번역해야 할 작품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어 '문외한의 수첩'과 '황엽전'은 상징과 환상의 기법으로 작가의 철학을 형상화한 글로 평가하고, 니체와 루쉰의 영향이 보인다고 짚는다.
저자는 "한중 문학의 대화 또는 한·중·일 동아시아 문학의 대화는 우열을 논하는 장이 아니라 상호 이해를 도모하고 연대를 강화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440쪽. 2만9천 원.
▲ 저녁의 참사람 = 이상국 지음.
씨알사상을 주장한 함석헌의 스승인 다석(多夕) 류영모(1890∼1981)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했다. 아주경제 논설실장인 저자가 신문에 쓴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펴냈다.
서울에서 13형제 중 맏이로 태어난 류영모는 연동교회를 다니며 기독교를 접했고, 평북 정주 오산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북한산 아래에서 은거하며 농사를 짓기도 하고, 광복 이후에는 은평면 자치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저자는 류영모 사상이 기독교를 본령으로 하면서도 동양 사유체계와 철학적 관점을 결합해 동서가 회통(會通)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신앙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부각한 '얼나사상'과 죽음을 신과 귀일하는 것으로 이해한 '얼삶사상' 등을 소개하고, 류영모의 주체적 사상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저평가됐다고 강조한다.
책 앞머리에는 "육신이란 작은 수레를 몰고 허겁지겁이던가/ 사람의 일은 온통 바쁘기만 한데/ 지구 큰 덩어리를 타고 거닐어보노라/ 하늘 길은 넓고 후련하구나"라는 류영모의 문구를 실었다.
메디치미디어. 488쪽. 2만5천 원.
▲ 미국외교는 도덕적인가 = 조지프 나이 지음. 황재호 옮김.
미국 정부 고위직을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1933년 시작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부터 도널드 트럼프 정부까지 미국 외교정책을 고찰했다.
그가 외교에서 중시하는 개념은 '도덕'이다. 다만 도덕적 외교정책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의도·수단·결과라는 세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시한 구체적 기준은 도덕적 비전, 신중함, 군사력 행사, 자유주의, 수탁자, 세계주의, 교육이다.
저자는 이러한 잣대로 역대 대통령을 평가하면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에게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아들 부시와 트럼프는 평균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또 사견임을 전제로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 아버지 부시를 외교정책의 도덕성과 효율성을 잘 결합한 인물로 꼽는다.
그는 결론에서 "도덕은 매우 중요하며, 성공적 국제질서를 확립하도록 돕는다"며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권력을 행사하는 것에 더해 스스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인문화사. 360쪽. 2만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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