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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핫'한 메타버스, 11년 전부터 이야기한 과학자 유범재 “고글 쓰면 ‘가상 학교’ 등장하는 세상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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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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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유범재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 연구단장은 2010년 공존현실이라는 개념을 과학계에 제시하는 등 메타버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선도적으로 뛰어든 과학자다.유 단장은 “공존 현실은 메타버스와 기본적으로 같은 흐름이지만, 사람 간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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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 시대의 학교 모습이요? 개인용 컴퓨터가 놓인 자기 방에서 고글처럼 생긴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쓰고 버튼만 누르면 학교가 ‘딱’ 등장할 겁니다. 3차원 영상을 보며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얘기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 생기는 거죠. 그곳에선 촉감을 느끼며 블록을 쌓거나 사용자들과 손을 잡는 일도 가능합니다.”

2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만난 연구원 소속의 유범재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 연구단장이 제시한 미래 학교의 모습은 웬만한 상상의 영역을 벗어났다.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지 않아도 ‘진짜처럼’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는 고도로 발달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십수년 뒤에는 메타버스가 보통 사람의 일상에 깊이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메타버스가 구현된 세상을 보여준다. 사용자들은 3차원 영상을 보여주는 고글과 촉각 구현이 가능한 특수 의복을 착용하고 게임에 접속한다. 가상의 물건을 보고 던지거나 빠르게 달리는 일이 모두 가능하다. 사용자는 몸에 전해지는 충격까지 느낄 수 있다.

유 단장은 메타버스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선도적으로 뛰어든 과학자다. 국내에선 메타버스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2010년, ‘공존 현실’이라는 개념을 과학계에 제시해 이 분야를 이끌고 있다. 유 단장은 “공존 현실은 메타버스와 기본적으로 같은 흐름이지만, 사람 간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 단장은 “앞으로는 의사가 환자를 가상공간에서 만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찍은 영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의견을 나누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부를 3차원에서 살피고 만지면서 질병 상태와 치료법을 공유할 수 있다. 의사의 진찰 내용을 환자가 진료실에 앉아 일방적으로 듣는 현재 모습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메타버스 개념은 2003년 등장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에서 시작됐다. 아바타끼리 대화를 나누고, 가상 화폐를 거래하는 것도 가능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았다. 유 단장은 “세컨드 라이프가 나온 2000년대 초반은 스마트폰조차 없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낮은 컴퓨터 성능과 느렸던 인터넷 속도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시보다 기술이 훨씬 좋아졌지만 메타버스의 조기 구현을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장비가 비싸다. 유 단장은 “가상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특수 고글 가격만 최소 수십만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3차원 영상과 촉각 정보를 담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기 위해 인터넷 성능을 더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콘텐츠로 메타버스를 채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 방향이 중요하다. 유 단장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교육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과 관련해 메타버스를 교육 인프라로 쓰자는 식의 합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메타버스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유 단장은 “공대생이던 시절부터 원했던 건 사람들의 삶에 작더라도 확실한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기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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