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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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햇볕정책은 왜 작동하지 않았나 - '쿨한 남북 관계'론 ①)에 이어 '쿨한 남북관계'론, 오늘(25일)은 두 번째 순서 북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쿨한 남북관계'론 글 싣는 순서
① 햇볕정책은 왜 작동하지 않았나
②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③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보였나
④ 필요한만큼 이용하는 북한, 높아지는 대북 피로도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북한 비핵화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핵심을 이루는 내용입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우리의 안보나 세계적 차원의 핵확산금지에도 위협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부든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국제공조를 강화하며 북한과 협상하거나 제재를 강화해 왔습니다.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과 미국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ICBM 발사체의 개발, 수중에서 불시발사가 가능한 SLBM의 개발 등으로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에 근접해가고 있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 국익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핵무기는 비대칭 무기이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로는 대처할 수 없습니다. 우리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든지 미국의 확장억제에 매달려야 하는데, 국제적 제재를 무릅쓰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매달릴수록 안보 종속은 더욱 심화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NPT(핵확산금지조약) 위배 여부를 떠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실익이 별로 없습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일텐데, 인도나 파키스탄은 대중국 견제, 테러와의 전쟁 등 필요로 인해 미국이 핵보유를 묵인했지만 북한의 경우 미국이 핵보유를 묵인하고 관계개선에 나설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북미관계 개선이 아무리 진행된다 하더라도 북한이 미국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불량국가로 남겨두면서 군비증강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결국 앞으로도 어느 정부가 집권하든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실제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전쟁'이라는 방법을 선택지에서 제외한다면, 이는 북한이 대화를 통해서든 압박을 통해서든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지와 연결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비핵화와 관련된 방법론에 주력해야 할 것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실질적인 핵보유에 다가서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어떤 안보정책과 남북관계를 가져가야 하는지 매우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북한 비핵화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포기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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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란?
북한은 핵을 포기하려면 체제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계속되는 한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자주 주장하는 것이 이른바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입니다.
그런데,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을 가리키는지 북한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북한의 여러 입장 표명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저런 조치들을 취해야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식으로 북한 정부가 명백하게 정식화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대북 적대정책은 문구 자체로만 보면 북한을 적대시하고 위협하는 모든 요소들을 포함합니다. 김일성 일가에 대한 비난 같은 정치적 사안, 북한에 가해지는 각종 제재 같은 경제적 사안,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 같은 사회적 사안들이 모두 북한이 생각하는 적대정책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적대정책은 역시 군사 부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전략폭격기·항공모함·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북한이 위협으로 느끼는 첨단무기의 한반도 배치,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북한 공격무기 등이 적대정책의 산물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위협으로 느끼는 무력을 따지자면 주일미군 차원을 넘어 괌 기지의 미군 무기들,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미군 전력과 더 나아가 미국 본토의 무기들까지 해당될 수 있습니다.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이 한반도 주변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 본토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이 있는 만큼, 미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전략무기들이 폐기되지 않는 한 북한이 느끼는 군사위협은 여전히 남게 됩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대북 적대정책 철회라는 명분으로 미국에게 모든 전략무기의 폐기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미국이 응할 리도 없거니와 이것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입니다.
결국, 북한의 안보위협을 해소하는 문제는 미국이 대북 공격수단을 어디까지 포기할 것이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안보위협 문제는 군사적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합니다. 북미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함으로써 북한의 안보위협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안보위협 경감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북미 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북한의 안전이 절대적으로 담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라고 해서 미국이 절대로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미 간 외교관계가 수립된다고 해도 미국은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할 것이고, (미국은 한국의 인권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선별적인 경제제재 등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적대정책을 버리지 못했다며 반발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안보위협 해소는 국제사회 편입 여부에 달려
북한의 안보위협 해소 문제는 국교 수립이나 협정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얼마나 편입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 세계에 수많은 나라들이 존재하지만 미국과 적대관계가 아닌 나라들은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미국으로부터 안보위협을 느끼지 않습니다. 한국, 일본처럼 미국과 동맹인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미국과 동맹관계가 아닌 나라라고 해도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서 자유롭게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나라라면 안보에 심각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해 트럼프 타워가 평양에 건설되고 미국인들이 평양에서 관광과 사업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북한 사람들이 미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세상이 되면 북한의 안보위협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려면 대외 개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외부와의 교류를 상당한 수준으로 허용하고 외부 정보의 유입도 허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전 글(▶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김일성의 나라 북한,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할 수 있을까? ①)에서도 언급했지만, '김일성의 사상이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김일성 일가의 나라에서는 체제의 경직성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외 개방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 김일성 일가 우상화에 대한 허구가 드러나고 김일성 일가의 절대적인 기득권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외 개방을 하지 못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편입되지 못한다면 북한의 안보위협은 궁극적으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대외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한 2018년의 화해 국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포기 의지를 밝혔다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말합니다. 남한 당국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핵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과연 김 위원장은 핵포기 의사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여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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