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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대체 언제까지…낮술이라도 팔아야하나" 영업시간 단축에 자영업자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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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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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8시 59분엔 안걸리고 9시 1분엔 걸리나."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지침에 피로감을 느낀 자영업자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방역을 위한 정부의 어쩔 수 없는 결정이겠지만 생계가 걸린 자영업자들은 '절망'과도 같다고 한다.

20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소식을 전해들은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장사를 접으라는 말"이라고 토로했다. 기존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하는 것도 부담인데 4단계 지역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단축시키면서다.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한 사람에게는 4명까지(기존 2명) 모일 수 있게 인센티브를 줘 다소 '숨통'을 틔워줬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에 대해서는 "아예 술 장사는 하지말라는 얘기"라는 말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다.

◆자영업자 "정부 방역 지침 기준 모호...이제 죽으라는 얘기"


서울시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4단계 시행 후 저녁 손님이 하루에 많으면 3팀일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며 "에어컨 요금도 못 번다는 생각에 최근 2주간 문을 닫았다. 15년간 장사를 하면서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금씩 나아지겠지라고 마음을 추스린 게 벌써 2년이 다되간다. 방역은 점차 강화되지만 확진자수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최근 오랜만에 문을 열었는데 다시 가게를 닫으라는 얘기로 들린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종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37)씨는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인다고 확진자도 줄어들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곳은 되고 어느 곳은 안 되고 정부의 방역 지침 기준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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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명동 거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회원은 "가게만 밤 9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편의점에서 밤새 놀고먹는다. 우리동네 편의점은 테이블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밤 10시 이후 야외 테이블과 의자 등에서의 취식이 금지되지만 그간 단속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리두기 역시 편의점 야외 테이블과 의자에서 오후 9시 야외 취식을 할 수 없다.

이 밖에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해도 안 줄어들면 나중엔 8시→7시→6시 이후 영업제한 하겠다" "이자카야인데 낮 11시부터 낮술 팔아야 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고, 백신 인센티브로 저녁 4인모임이 가능하게 된 점에 대해선 "차라리 2인을 유지하고 밤 10시까지 하는 게 낫다" "2차 접종 완료한 분들이 몇 퍼센트나 될지" 등으로 반응했다.

◆정부 "어쩔 수 없는 결정...양해부탁드린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도 이번 방역당국의 결정을 비판하며 자영업자들의 반응에 힘을 실어줬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지금 자영업자들 격앙된 분위기 장난 아니다. 어제 오후에 단독보도 등으로 처음 내용 접해 아직 논의할 시간 없지만, 집단행동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까지 4명이 모이게 해준다는데 이것 또한 9시 영업제한을 덮기 위한 술수다"라며 "지금 백신을 2차까지 접종 마친 사람이 노인들 말고 누가 있나. 자영업자가 철저히 조직화돼 있지 않아 우리한테 독박 씌운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지급 완료된 5차 재난지원금인 '희망회복자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실회복의 의미로 지급이 됐는데, 코인노래장 예로 들어보면 5개월 집합금지 당하고 매출이 0원에서 900만원을 받았다"며 "5개월 집합금지에 5개월 영업제한 10개월을 900만원으로 퉁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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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손님 한 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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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반응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방역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영업시간 1시간 단축에 대해 "가급적이면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영업제한들을 최소화하는 중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강화한 조치임을 양해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운영시간 단축을 식당, 카페로 국한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집단감염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시설 중 3분의 1이 식당, 카페가 차지하고 있고 업종의 특성상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했다"며 "마시고 먹을 때 마스크를 착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의 방역적 취약성들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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