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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美 아프간에 5000명 병력 배치하는 까닭은… '대사관 직원 탈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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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군 1000명 추가 배치키로
아프간 내 4번째 큰 도시마저 함락
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제2대 도시 칸다하르를 점령한 탈레반 반군 전사들이 13일 정부군 차량을 몰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칸다하르는 전날 탈레반 반군에 함락됐다. 칸다하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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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파견 병력 규모를 5,000명으로 늘린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거침없는 진격으로 혼돈에 빠진 아프간을 도우려는 목적이 아닌, 현지 미국 요원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서다. 이달 말까지 완전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엔 변함이 없단 뜻도 재확인했다. 서방국이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서는 사이 아프간 북부 최대 도시마저 함락되면서,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입성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아프간에 미군 5,000명 배치를 승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과 동맹국 요원의 안전한 감축, 그리고 아프간 전쟁 때 미국을 도운 현지인의 대피를 돕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재 아프간에 남은 미군 병력은 약 1,000명이다. 이들은 이달 31일 철군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파죽지세로 장악 지역을 넓혀가자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2일, 현지 미 대사관 직원 등 미국인의 철수를 돕기 위해 미군 3,000명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재 파견 했다. 상황이 좀체 나아지지 않자 이번에 1,000명의 추가 인력을 또 다시 파병해 자국민 대피에 만전을 기하기로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요원과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행동도 미국의 신속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탈레반 측에 전달한다”는 경고 목소리도 냈다. 이어 아프간에서 추가 유혈사태를 막고 정치적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지원하라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국무부는 별도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이 가니 대통령과 통화하고, 폭력 감소를 위해 진행 중인 외교적, 정치적 노력의 긴급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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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지휘권 이양식에서 스콧 밀러(왼쪽)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프랭크 매켄지(오른쪽) 중부사령관에게 부대기를 넘겨주고 있다. 아프간 주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군을 이끈 밀러 사령관이 이날 사령관직에서 물러나면서 미국이 아프간서 벌여온 20년 전쟁에 상징적 종지부가 찍혔다. 카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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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미국의 끝없는 주둔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기존 철군 기조를 유지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없다면, 미군이 1년 또는 5년을 더 주둔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지 주둔군의 ‘유턴’ 가능성은 없단 의미다. 또 그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철군 상황을 물려받았다며, “나는 (아프간 주둔 문제를) 5번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CBS 방송은 복수의 외교ㆍ안보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72시간 내에 소수의 핵심 인력만 제외하고 주 아프간 대사관 직원의 대규모 대피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은 총 4,200명이다. 이 중 상당수가 이번에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카불의 대사관에 남는 인원은 국무부 외교경호실(DSS)의 특수요원, 대사 등 최고위 정책 결정자들이며, 민감한 정보 파기를 위한 보안 기술자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아프간 내 상황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자국민 지원에만 열을 올리면서 탈레반은 더욱 맹렬한 기세로 수도 카불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마자르-이-샤리프가 함락돼 아프간 북부 지역 전체가 반정부군 손에 넘어가게 됐다. 제2, 3의 도시인 칸다하르, 헤라트가 전날 탈레반에 함락된 데 이어 주요 도시들이 연일 무장 조직에 점령당하고 있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34개 주도(州都) 가운데 24개를 점령한 상태다. 때문에 이들이 이르면 한 달, 늦어도 세 달이면 카불까지 입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불은 벌써부터 피난, 귀국 행렬로 혼돈에 빠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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