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꿈을 지킨다·피가 흐르는 곳에
멕시코와 직교역을 원한다는 영주의 서신을 멕시코 총독에게 전달하고자 먼 길을 떠난 네 명의 사무라이가 등장한다. 전쟁이 모두 끝나고 주군이 정해준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범하게 사는 이들 사무라이는 이제 주군을 위해 목숨을 건 사명을 완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이 여정이 무려 4년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사무라이 사절단의 여정은 일본에서 멕시코를 거쳐 유럽대륙까지 이어진다. 다양한 문화와 정치 체제, 종교가 등장하고 전략과 술수, 충성과 배신, 개국과 쇄국 등의 주제가 방대하고 흥미롭게 엮인다.
이들 사무라이는 온갖 고생을 겪지만, 거절만 당한 채 굴욕적인 실패자의 심정으로 고국에 돌아온다. 그런데 돌아온 일본의 상황도 바뀌어 사무라이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이들은 절망 속에서 절규한다. "세계는 넓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무라이들은 긴 모험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것이 수많은 땅과 나라가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업'이라고 느낀다. 책장의 마지막을 넘기며 인생의 허무함과 짙은 페이소스가 드리운다.
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528쪽. 1만7천 원.
▲ 마녀는 꿈을 지킨다 = 인간의 모습을 한 착한 마녀들에 관한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동화처럼 이어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에 나오는 마녀들은 마법을 쓰는 여자들이지만 인간적으로 사고하고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구할 때 조용히 뒤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마녀의 생명은 인간보다 10배 정도 길지만, 마법을 한꺼번에 과도하게 써 탈진하거나 심하게 다치면 숨질 수도 있다.
은퇴할 나이가 된 마녀 니콜라와 17세 소녀의 모습을 한 젊은 마녀 나나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은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들에게 대가 없이 베푸는 존재들이다. 두 마녀 콤비가 신구 조화를 이룬 모험담이 아름다운 사연들과 함께 감동과 재미를 준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동화 작가이자 소설가이며 수필가인 무라야마 사키의 작품이다. 한성례 옮김.
씨큐브. 272쪽. 1만5천 원.
▲ 피가 흐르는 곳에 = '공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집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스탠바이 미', '미스트' 등 중편소설에서 탁월한 필력과 애착을 보여온 킹의 중편 4편을 모았다.
표제작은 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경장편 분량이다. 킹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부상한 홀리 기브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컬트 스릴러다.
아울러 한 남자의 인생을 3막의 형식으로 담아 풀어낸 '척의 일생'을 비롯해 시신과 함께 묻힌 휴대전화로부터 문자가 온다는 설정의 '해리건 씨의 전화기', 작가로서 성공을 꿈꾸던 남자가 기이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는 '쥐'가 실렸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록작 모두 영상화 판권이 팔렸다.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608쪽. 1만5천800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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