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의역주팔세보 연구·새로 쓰는 우리 고대사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국제정치 현실주의 이론가로 꼽히는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냉전 체제 이후 미국 정부가 펼친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자유주의 패권 정책은 소련이 붕괴한 뒤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각국에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해 평화와 번영을 도모한다는 구상으로부터 비롯됐다.
저자는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는 동안 미국이 분쟁 지역에 개입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글로벌 경제에 편입된 중국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패권에 도전할 기회를 줬다고 분석한다.
이어 미국이 외교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포기하지 않은 이면에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려는 외교·안보 기득권층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폐기했으나,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고 다른 나라를 배려하지 않는 극단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전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 외교정책의 녹을 털어내려고 했던 트럼프의 시도는 결국 크게 퇴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외 경제정책을 다루는 솜씨도 서툴렀다"고 비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미국 외교의 합리적 방안은 적극적 개입이 아닌 균형자 역할이다. 이른바 '역외(域外) 균형자' 이론은 미국의 지리적 입지를 활용한 최선의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중국과 안보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안보 파트너십의 가치는 더욱더 커질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한,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 정책에서 핵심축으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김앤김북스. 432쪽. 1만6천 원.
▲ 조선후기 의역주팔세보 연구 = 이남희 지음.
조선시대 후기에 중인의 가계를 기록한 족보인 '의역주팔세보'(醫譯籌八世譜)를 통해 신분제도 변화와 중인 집단의 특성을 분석했다.
의역주팔세보는 '의팔세보', '역팔세보', '주팔세보'를 아우르는 용어다. 세 족보는 각각 의관, 역관, 산원(算員·회계와 재정 등의 업무를 한 벼슬)이 주인공이다. 팔세보는 시조를 기준으로 후손을 적는 일반적 족보가 아니라 본인을 기점으로 8대조를 기재한 점이 특징이다.
원광대 교수인 저자는 "의관과 역관, 산원은 사회적 위상이 높은 편이었고, 비슷한 부류 내지 범주로 여겨지기도 했다"며 "19세기에 중인 족보류 편찬이 가능했던 것은 새롭게 부상한 중인층의 신분 의식 강화, 신분 상승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조선 후기에 관직을 얻지 못한 양반보다 중인이 오히려 실속 있는 계층이었으며, 의관·역관·산원이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혼인이나 전문적 훈련을 수단 삼아 독자적 집단을 형성해 나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의역주팔세보를 남긴 중인들에 대해 "중간적 존재로서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를 선호했을 수 있다"며 "조선 후기에 사회 가치관이 다양화, 다원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아카넷. 468쪽. 2만8천 원.
▲ 새로 쓰는 우리 고대사 = 서의식 지음.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고조선부터 신라의 삼국 통일까지 우리나라 고대사 줄기를 정리했다.
그는 고대사 연구가 어려운 이유로 자료가 부족하고, 정치적 의도에 의한 왜곡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든다. 또 일부 학설은 신념이 너무 강고해 마치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단군의 조선 건국을 사실로 파악해야 하고, 삼국시대가 끝나기 전인 6세기에 중세가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또 삼한 중 하나인 변한이 가야로 발전했다는 시각을 거부하면서 "그동안 가야가 도달한 사회발전 단계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가야와 일본 기타큐슈 사이의 깊은 연관성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신라가 삼국 통일을 한 이유로 독자성을 띤 건강한 문화를 지목하고, 개성을 무시하는 세계화 추구보다는 정체성 회복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솔. 424쪽. 2만3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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