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유엔 안보리서 ‘남중국해 문제’로 격렬 충돌

미국 “中, 제발 국제법 좀 준수하라”

중국 “美, 그런 요구를 할 자격 없어”

미국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해양 안보를 주제로 열린 고위급 원격 회의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고 A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중국이 이를 무시하고,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이빙 유엔 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미국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우리가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선박 간의 위험한 조우와 불법적인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도발적 행동을 목격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자국의 해양 자원에 접근하려는 다른 나라들을 위협하고 괴롭히는 행동에 대해 분명히 우려한다”면서 “중국의 행동이 국제적으로 안보와 상업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불법적인 해상 활동을 하는 중국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면 모든 곳에서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이 차석대사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최대 위협은 바로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다이 차석대사는 PCA의 판결에 대해 “그것은 효력도 없고, 어떠한 구속력도 없으며 사실관계 판단에서 명백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정치적 목적으로 선전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이 차석대사는 남중국해가 현재 안정된 상태에 있으며 유엔 해양법 조약을 아직 비준하지 않은 미국이 해양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날 메릴랜드대 공학연구소 연설에서 미국이 중국 등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국내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FP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며 우리의 민주주의적 비전보다는 세계에 대한 그들의 권위주의적 비전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게 더 낫다고 공식, 비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지금 당장 국내 부흥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한다면 미국이 전성기가 지났다는 그들의 그럴듯한 주장을 더욱 빨리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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