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신매매방지법 개정안 발의
2021년 4월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오며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이날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 오종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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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이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즈음해 ‘인신 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한국인이 피해자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외국 정부가 우리 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국가면제’를 원용할 수 없는게 핵심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면제를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하는 일이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4월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외국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은 한국과 일본 정부의 대내외적인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 면제되는 국가 면제를 일본 정부에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법안은 ▲인신매매 전부 또는 일부가 국내에서 벌어졌거나 ▲피해자가 한국인일 경우 현재 진행중이거나 향후 제기될 손해배상 소송에서 외국 정부가 우리 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국가면제를 원용할 수 없게 했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면 재판부가 더 이상 국가면제를 이유로 청구를 각하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용수 할머니 등의 2차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판결기일은 내년 5월로 잡힌 상태다.
국가면제라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을 두고는 국내외에서 계속 논란이 있어왔다. 한국은 유엔 국가면제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고, 유엔을 보더라도 협약을 비준한 나라가 30개국도 되지 않아 “관습법으로 확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1월 강일출 할머니 등 1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반면, 올해 4월에는 “심각한 인권침해는 맞지만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관습법에 따라야 한다”며 석달 만에 정반대 판결을 내렸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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