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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흘라잉 미얀마 총사령관, 총리직 ‘셀프 취임’…군부 비상통치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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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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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총사령관이 지난 6월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IX모스크바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보스크바|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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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미얀마 군부의 장기집권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스스로 총리직에 취임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총선 실시 시점은 약속보다 늦추고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을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군부가 직접 정부를 운용하면서 장기간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1일 미얀마 현지 국영 TV를 인용해 흘라잉 총사령관이 이날부터 자신이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군부가 중심이 된 국가행정평의회(SAC)를 과도정부로 대체해 국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쿠데타 이후 SAC를 설립하고 의장직에 올라 미얀마를 통치해왔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또 “2023년 8월까지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반드시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부가 지난 2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금했을 때 약속했던 일정보다 1년 6개월 뒤로 미뤄진 것이다. 이로써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은 당초 발표했던 1년에서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됐다.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부의 약속대로 총선이 2023년 8월 내에 치러질지는 불확실하며, 선거가 치러져도 공정한 총선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곤의 선거감시 단체인 혼빌 오거니제이션의 챈 리안 이사는 “앞서서는 쿠데타가 일어난 지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선거가 실시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1962년 네 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권의 독재가 시작된 후 30년이 지난 1990년에야 첫 총선이 치러진 점을 언급한 것이다.

샨주의 야당인 샨민주주의민족동맹(SNLD)의 사이 뉜 르윈 부대표도 “1990년 총선이 끝난 뒤 의회가 구성되지도 않았고, 2010년에 총선이 실시됐을 때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과 SNLD를 포함해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감옥에 있었다.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1990년 총선에서 가택연금 중이던 수지 고문이 이끌던 NLD가 압승했지만 군정은 그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2023년 총선이 예고대로 실시된다면 과거와 비슷한 상황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NLD를 이끈 수지 고문은 뇌물수수 등 10건 이상의 혐의로 기소돼 수십년의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고, NLD 소속 다수의 정치인들도 부정선거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군부에 체포된 상태다. 군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이란 의미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6개월 동안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희생됐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지난달 31일 시민 940명이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했다. 5444명이 구금됐고, 1964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군부의 고문, 성폭행 등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미얀마군이 소수민족 무장조직과 충돌하며 약 25만명이 난민 신세가 된 것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가 병원 시설과 산소통 등 의료 장비를 독점하려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미얀마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지난 6월 수백명대에서 지난달 5000명대로 늘었다. 의료진도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동참하며 의료 공백은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쿠데타와 코로나19로 미얀마 경제가 올해 1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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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경제 재재 등의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사태는 진전되지 않았다. 두 국가는 “내정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미얀마 사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방산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 측에 계속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점도 사태가 장기화하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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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미얀마 군부의 협상도 답보 상태다. 아세안은 지난 4월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미얀마 군부측과 즉각적 폭력중단과 인도적 지원 등 5개 항에 합의했지만, 군부는 국민통합정부(NUG) 관련자를 모두 테러리스트로 지정해 민간인을 향한 폭력을 지속해왔다.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의 의견 차이로 미얀마에 보내질 특사도 선정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시민 저항은 계속돼 왔다.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세 손가락 경례’로 독재 정권과 싸우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차단을 뚫고 SNS를 통해 폭력의 실상을 외부로 전했다. 일부 경찰과 군인도 시민 저항 운동에 합류했다. 4월말 문민정부를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인사들이 NUG를 출범했으며, 이들은 현재 소수민족 무장조직인 카렌민족연합(KNU)과의 연합군 창설을 계획하고 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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