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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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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호모 파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 미국 주류 계층 할머니와 마이너리티인 불법 체류자 청년의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대부분 사람은 이런 관계를 볼 때 영주권을 노린 젊은 남자와 돈 많은 노년 여성의 불순한 계약 연애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통속적이고 뻔한 스토리로 끝나지 않는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30대 한국인 남성 불법 체류자인 주인공 장은 '스너글러'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잇는다. 스너글러는 돈을 받고 사람을 안아주고 체온을 나누는 직업이다. 작가는 뉴욕에 스너글러란 직종이 있는 걸 우연히 보고 호기심이 생겨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뉴욕엔 왜 이런 직업이 있을까? 세계의 수도로 불릴 만큼 크고 번화했지만, 그 규모만큼이나 사람들을 주눅 들고 외롭게 만드는 도시 뉴욕에서 스너글러란 희한한 직업이 생기는 건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장이 남편과 사별한 70대 뉴요커 여성 마거릿에게 접근한 건 사실 처음엔 불순한 의도에서였다. 심지어 마거릿도 장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 사랑이 뭐 특별한 건가?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 아닌가?

마거릿은 사랑의 마음으로 장이 원하는 것을 준다. 장도 시간이 갈수록 수많은 여자를 안았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생각한다. 이게 사랑인가?

가난과 불확실한 신분, 노년의 외로움. 두 사람이 각각 가진 이러한 결핍이 불러온 특별한 관계는 사랑과 인생에 관한 솔직한 고민과 통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앤드). 240쪽. 1만3천 원.

연합뉴스



▲ 경계선 = 영화 '렛미인'의 원작자로 유명한 스웨덴 소설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집이다.

표제작 '경계선'을 비롯해 5편의 짧은 소설을 묶었다. 경계선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트롤을 현대 인간 사회로 가져와 젠더, 인종 등에 관한 편견을 부순다. 2018년 영화화돼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과 스웨덴 굴드바게상 작품상을 받았다.

'렛미인' 후반에 단역으로 등장한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맨스 '지나간 꿈은 흘려보내고', 장편 '언데드 다루는 법'의 뒷얘기를 담은 '마지막 처리', 북유럽 호러 스타일을 보여주는 '언덕 위 마을'과 '임시교사'가 실렸다. 남명성 옮김.

린드크비스트는 마술사와 코미디언, 코미디쇼 및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로 주목받는 작가다.

문학동네. 388쪽. 1만5천 원.

연합뉴스


▲ 호모 파버 = 스위스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막스 프리쉬가 1957년 펴낸 장편소설. 을유세계문학전집 113번째 작품으로 나왔다. 현대 기술 문명을 지나치게 신봉한 인류의 오만함을 비판하고자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환기한다. 첨단 기술에 매몰돼 자연의 섭리를 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경고 같은 작품이다. '호모 파버'란 '도구의 인간'을 뜻하는 철학 용어다. 정미경 옮김

을유문화사. 328쪽. 1만4천 원.

연합뉴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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